[기자가 만난 사람]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추진위 박희량 공동대표
[기자가 만난 사람]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추진위 박희량 공동대표
  • 김예준 수습기자
  • 승인 2021.06.30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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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반드시 교육의 힘이 필요해요”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추진위 박희량 공동대표입니다. ⓒ 김예준수습기자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추진위 박희량 공동대표예요. ⓒ 김예준수습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현재 경기지역에는 모두 38개의 특수학교가 있지만, 그중 인구 53만 명이 넘는 대도시가 된 시흥시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없는 실정이라고 해요. 

이에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6월23일 시흥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을 강력하게 요구했어요.

그동안 시흥시에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하며 장애자녀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힘쓰고 있는 추진위 소속 장애인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호소가 4년 전 서진학교(2020년 학부모들의 '무릎꿇은 호소'로 강서구에 세워진 특수학교) 때처럼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난 6월25일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추진위 공동대표를 맡아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시흥시지부 박희량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어요.

 

◆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드시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셨다는 기사는 읽었어요. 추진위를 만들기까지 어떤 준비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당사자인 장애아동의 부모님들이 모여서 추진위원회를 만드는 게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었어요. 이분들을 찾기 위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학부모님들을 한 분 한 분 릴레이식으로 연락해서 추진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지난 23일에 시흥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됐어요. 부모님들의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열망이 너무 크다 보니 쉽게 힘이 모아졌던 것 같아요.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요즈음에는 SNS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잖아요. 그 덕분에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고 현재는 약 100명이 넘는 어머님들이 활동하고 있어요.


◆ 현재 추진위는 어떤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 사실 특수학교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점이 많아요. 예산도 들어가고 어느 지역에 학교부지를 선정할지, 지역주민들의 민원도 제기될 수 있고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흥시청, 시흥교육지원청, 정치권 등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어요. 최근에는 시흥시와 시흥교육지원청, 저희 부모연대 3단체가 협의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준비단계에 있어요.


◆ 시흥교육청이나 시흥시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왜 특수학교 설립이 어렵다고 하나요?

◇ 과거에는 특수학교 업무를 경기도에서 주관했는데, 지난 3월1일자로 특수학교 설립 업무가 시흥시로 넘어왔어요. 시흥교육지원청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의지는 있는데 학교를 설립할 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설립을 미뤄 지금까지 특수학교 설립이 안 되고 있었어요. 교육지원청에서는 시흥시에 학교 설립지를 선정해달라고 하고, 시흥시에서는 교육지원청에서 하라고 하면서 서로 책임을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학교설립이 어려웠던 거지요.

인터뷰 전에 박희량 공동대표와 악수를 나눴어요. ⓒ 휴먼에이드 포스트

◆ 자기 집 근처에 특수학교가 없어 중증장애 학생들의 불편이 큰 것으로 아는데요. 학생들은 주로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나요?

◇ 특수학교가 없어서 학생들은 통합으로 운영되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에만 다닐 수 있어요. 근거리에 있는 통합학교도 다닐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은 선생님이 직접 학생의 집으로 가서 교육을 하는 순회학습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통합학교를 다닐 수 없고 순회학습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은 인천, 부천, 안산 등 다른 지역으로 주소를 이전하여 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처럼 통학거리가 멀고 매일 한두 시간 거리를 다니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고 어머니들이 많이 힘들어하세요. 그런 의미에서 시흥시 관내에도 특수학교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 활동하시는 분들이 학령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다 보니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시간 조율이 어렵고 아이의 상태에 따라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어머니들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경증장애 자녀들 둔 어머니들 위주로 조직을 구성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특수학교 설립은 당사자인 부모님들이 주도하여 외쳐야 하는데 아이를 돌보면서 하는 게 사실상 무척 어려워요. 특히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못 가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어머니들이 시간을 내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당사자인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동안 시간을 낼 수 없어 모두 모여서 활동할 수 없다는 점 가장 힘든 점이에요. 


◆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비장애인들이 알아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 일반학교 설립은 어느 정도 수월하지만, 특수학교 설립이 어려운 이유는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에요. 왜 이런 학교를 자기 집 근처에 지어야 하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특수학교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집 앞에는 안 돼'라는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재산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런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까 봐 걱정해요. 장애를 갖지 않은 비장애인의 경우 그런 것을 문제 삼아 민원 제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일반 아이들은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장애아이들은 아픈 친구들이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성인이 됐을 때 많은 문제를 갖게 돼요. 말 그대로 가정 파괴 등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교육의 중요성이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장애아동일수록 어릴 때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 해요. 이렇게 교육을 받는 것이 아무래도 나중에 그들의 선택권이 더 커지는 기회가 되지 않겠어요?
장애인이라서 할 수 없다는 인식보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추진위 소속 장애인 학부모들이 시흥시청 정문과 후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어요. ⓒ 경기장애부모연대 시흥지부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추진위 소속 장애인 부모들이 시흥시청 정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어요. ⓒ 경기장애부모연대 시흥시지부

◆ 장애 학생을 둔 부모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 장애아를 키운 부모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처음엔 '왜 나한테 이런 아이가 왔을까' '왜 나한테 이런 힘든 역경을 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가 그동안 너무 오만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됐어요. 저희 딸은 지금 스물여섯 살인데요,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요. 비장애 아이들이 갖지 못한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어요. 키워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그전에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좌절감도 많이 들었고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건 가족의 힘인 것 같아요. 가족이 똘똘 뭉쳐서 어떻게든지 교육을 받게 해서 이 아이를 바른길로, 바른 생활로 이끌고, 장애인도 사회에서 당당히 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경기장애부모연대 시흥지부(부모회)를 설립했고 현재 이 일에 힘을 쏟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 들어요. 아이를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지켜보니, 교육의 중요성을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래서 특수학교가 꼭 설립돼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 대표님은 이 사회가 어떻게 바뀌기를 바라시나요? 또는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신가요?

◇ 사회를 바꾼다는 건 사실상 쉽지는 않아요. 어렵지요.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달라진 거 같아요. 지금 우리 딸의 상황을 보면 어릴 때의 사회와 조금은 달라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사회가 바뀌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 이 사회를 바꿔나가는 데 힘을 보탤 만한 좋은 분들이 주위에 많아요. 물론 소수의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이 계속 움직이면 뭔가 일이 잘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비전은 장애인들의 학령기부터 성인기까지는 물론이고, 노후까지의 삶에 대한 비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특수학교와 통합교육 등 장애인 교육에 대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앞으로는 시흥시에 장애인 일자리와 직업에 대한 정책도 제시해보려고 해요. 현재 부모님들이 열심히 정책을 만들어 시에 요구해서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보호작업장(장애인직업재활시설) 9군데가 생겼고, 주간보호시설도 처음에는 한두 군데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5군데 정도 만들어졌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장애 친구들도 자립해서 혼자 살 수 있는 형태의 주거공간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에요. 그래서 '체험홈'이라는 학습형 체험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어요. 기존에는 지체장애인과 뇌병변 장애인이 대상이었는데 이번에 발달장애인도 들어갈 수 있는 체험홈을 시범운영 중이에요. 장애인들은 최대 2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사회활동에 필요한 경험과 실습을 해보게 돼요. 그래서 기대도 되고요. 체험홈에서 스스로 살아보는 연습을 많이 하면 실제로 자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꿈꾸는 진짜 자립, 장애인도 혼자서 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박희량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 교육은 당연히 필요하며 장애인들에게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게 되었어요.

다른 지역에 있는 특수학교로 1시간 이상 통학해야 하는 자녀들의 교육권을 보장해달라는 경기도장애인부모연대 시흥시지부 어머니들의 호소에 관계기관과 시민들 모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 현재 김예준 수습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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