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개성 넘치는 15살의 엽서 · 카드 그림작가 김익환 군
[기자가 만난 사람] 개성 넘치는 15살의 엽서 · 카드 그림작가 김익환 군
  • 정진숙 편집국장 ˙ 정민재 기자
  • 승인 2021.07.02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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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행복한 꿈을 이뤄가고 있어요"
엽서카드 작가로 활동 중인 김익환 군이에요. ⓒ 정진숙 편집국장

[휴먼에이드포스트] 작은 엽서에 자기만의 개성이 담긴 그림을 그리는 올해 15살의 엽서 · 카드 작가 김익환 군(성미산학교 8학년)을 지난 6월23일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어요. 
인사를 나눈 후 건네받은 익환 군의 명함에는 '작가 김익환'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었어요. 3살 때 자폐 진단을 받은 익환 군은 그동안 △마포구 중앙도서관 △교보문고 합정점 △성미산 마을회관 △대학로 등에서 전시를 가질 정도로 탁월한 예술감각을 발휘하며 여엿한 작가로 활동 중이에요. 
어릴 때 말보다 그리기와 쓰기를 먼저 시작한 익환 군은 지금도 엽서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행복한 꿈을 이뤄가고 있어요.
기자는 익환 군의 어머니 김난희 씨와 먼저 인터뷰를 진행한 후 익환 군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어요.

다음은 김난희 씨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에요.

◆ 익환 군이 처음 그림 그리기를 접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 익환이는 아주 일찍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보통 아이들이 옹알이를 하다가 돌이 지나면 간단한 말을 시작하는데 익환이는 두 살이 되어도 말을 잘 못했어요. 대신에 쓰고 읽고 그리는 걸 먼저 시작했죠. 처음엔 소근육이 약해도 쉽게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쓸 수 있는 자석보드를 사줬는데 거기에 엄청 많이 그리고 썼어요. 그 후 천천히 연필로 그리기 시작하고 볼펜이나 붓으로도 그렸어요. 제가 권해서 다양한 펜이나 붓으로 그리지만, 사실은 지금도 연필로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다가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다섯 살 때부터예요. 그 때는 스포츠 장면이나 동물 등 크로키 같은 걸 많이 그렸어요.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돌 공연 장면을 그리곤 했는데, 거기 출연진을 한 종이에 다 그리는 거예요. 우리가 보기에는 굉장히 단순한 그림이어도 하나하나 캐릭터가 있어서 나중에 물어보면 어느 그룹의 누구인지 다 알더라고요.(웃음) 나름대로 자기 구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던 거죠. 아이가 연필 쓰는 게 보통 애들과 조금 다르다고 느낀 건 대여섯 살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6월6일 대학로에서 있었던 ‘김익환 무비 엽카 유니버스’ 전시회 장면이에요. ⓒ 김난희 씨 제공
지난 6월6일 대학로에서 있었던 ‘김익환 무비 엽카 유니버스’ 전시회 장면이에요. ⓒ 김난희 씨 제공

◆ 처음 그림 전시회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그림을 전시하기 시작한 것은 5학년 때예요. 그때부터 사람들한테 그림을 선보였지요. 워낙 아이가 연필만 쓰니까 제가 먹을 좀 써보라고 권했더니 붓도 연필처럼 쓰더라고요. 그때 먹물과 붓으로 그린 동물, 스포츠 장면, 별자리 그림 등의 수묵크로키를 가지고 처음 전시를 시작했죠.

◆ 그럼 수묵화에서 채색 그림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익환이는 어릴 때부터 채색을 아예 안 했어요. '왜 이 아이의 세계에는 색이 없을까' 고민이 될 만큼. 아무리 권해도 색을 쓰지 않다가 어떤 계기가 있었어요. 익환이가 3년 전부터 영화를 엄청 좋아하게 되면서 영화 포스터를 그리더라고요. 그때 옆에서 "여기에 포인트컬러만 좀 넣어보면 좋겠다" 하는 식으로 조금씩 리드를 했어요. 그 무렵 서울미술협회가 주관하는 '모던아트쇼'라는 행사에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일부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때 다운증후군 작가 정은혜 씨의 어머니이며 본인도 만화가이신 장차현실 작가님이 익환이를 초대하면서 처음으로 아크릴물감으로 채색을 해보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붓을 살 때 사은품으로 따라온 빈 엽서 60장을 보고는 "엽서에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채색을 해보라"고 권했더니 한두 장 그려본 뒤 엄마의 반응이 좋으니까 그 그림을 가지고 장사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100장은 되어야 장사를 나갈 수 있지 않겠냐"고 농담처럼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1년에 걸쳐서 100장을 다 그려내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 6월에 대학로에서 전시행사를 하게 되었어요. 

지난 6월6일 대학로에서 있었던 ‘김익환 무비 엽카 유니버스’ 전시회 장면이에요. ⓒ 김난희 씨 제공
영화의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특징을 개성있게 표현한 김익환 작가의 작품들이에요. ⓒ 김난희 씨 제공

◆ 대학로에서 행사를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 익환이가 자기를 알고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우리 마을이 아니라 자기를 모르는 다른 지역에서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장사를 하고 싶어 하는 것도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라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과 자기 그림을 소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굉장히 컸기 때문이고요. 
결국은 제가 종로구청과 직접 소통해서 허가를 받았죠. 5월에 하기로 했는데 비 때문에 6월로 연기됐어요. 그래서 미리 마을에서 연습 삼아 장사를 해보기로 하고 4월 초에 두 번 판매 및 전시행사를 가졌죠. 대학로는 공공시설이라 판매는 하지 못하고 전시만 했어요. 익환이가 사람들한테 자기가 직접 설명해주고 싶어서 저더러는 나무 밑에 가 앉아 있으라며 쫓더라고요.(웃음) 거기서 3시간 동안 전시를 진행했는데 사람들이 그림 색깔이 굉장히 독특하다며 좋아해주었어요. 익환이도 많은 사람들과 얘기 나누면서 아주 만족했어요. 


"100장의 엽서 그리기…  익환이 스스로 색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 100장의 엽서 그리기가 익환 군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 100장의 엽서를 그리는 동안 익환이가 자기의 컬러감을 스스로 발굴해낸 것 같아요. 색감을 찾는 1년의 과정이었던 셈이지요. 본인이 계속 하고 싶어 해서 지금도 꾸준히 그리고 있어요. 지금은 제가 얘기 안 해도 아이가 스스로 그림을 그리려 해요. 그래서 이제는 "그림 1000장이 모이면 갤러리를 빌려서 제대로 전시를 해줄게."라고 약속해놓은 상태예요. 100장을 그릴 때보다 지금 1000장에 도전하면서 그리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어요.(웃음)

◆ 익환 군이 그림을 그릴 때 어머니가 어떻게 이끌어주셨나요?
◇ 처음에는 컬러를 유도해보고 영화 포스터도 그려보라며 그림 주제도 정해주고 했는데 제가 억지로 이끌려고 할수록 아이의 그림은 더 망가지고 애는 기분이 다운되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재미없는 것만 요구하니까요. 이러다 아이의 창의력을 망치겠다 싶어 요즘에는 가능하면 개입하지 않고 아이가 그림 그릴 때 옆에 앉아서 그냥 '너무 예쁘다' 하고 바람 넣어주는 정도의 역할만 해요. 1년 정도 지나니까 이제는 본인이 전시도 하면서 성취감이 느껴져서인지 더 스스로 하게 된 것 같아요. 어떤 날은 계획보다 더 그리고 싶다고 하면서 한두 시간 정도 혼자 그리기도 해요.

◆ 앞으로 익환 군에 대한 어머님의 바람은 무엇인가요?
◇ 무엇보다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예술가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만족을 위해서 그리는 것처럼 익환이가 그림 그리는 동안 즐거우면 좋겠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통로로서의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필요하다면 제가 그 장(場)을 만들어줄 것이고 거기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본인이 원하는 것처럼 소통하고 또 부딪혀서 좌절도 해보면서 사람을 만나는 도구로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김익환 군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다음은 김익환 군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에요.

◆ 익환 군이 엽서카드 작가로 활동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 제가 작년 5월쯤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하니까 저희 어머니가 엽서카드를 추천해 주셨어요. 그래서 100장의 엽서에 그림 그리기를 하게 되었고, 지금은 1000장을 향해 도전하고 있어요.

◆ 어떤 종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나요?
◇ 영화 포스터나 영화 주인공 캐릭터 그림이에요. 엽서를 판매할 때 보니까 사람들이 그런 그림을 많이 사주세요. 영화 캐릭터가 가장 인기가 많아요.

◆ 그림은 하루에 얼마나 그리나요?
◇ 매일 1시간 정도 그리기로 목표를 세웠는데요, 어떤 날은 더 그리기도 해요.

◆ 소규모 전시회를 여러 차례 열었던 것으로 아는데 관람객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 지난 4월3일, 마포구 성미산 마을회관에서 식목일을 기념해서 화분나눔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저도 옆에서 엽서카드 판매를 했었어요.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도 엄청 많이 팔렸어요. 13만 원어치 정도 팔렸어요. 4월10일에도 전시회가 있었는데 그날에는 14만 원 정도 팔았고요. 그후 6월6일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전시회를 열었어요.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요. ⓒ 김난희 씨 제공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요. ⓒ 김난희 씨 제공

◆ 익환 군의 그림이 전시되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 제 그림이 전시되었을 때 너무 놀랐고 기뻤죠. '이제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고 많은 사람이 나의 그림을 볼 생각을 하니 긴장도 됐어요. 전시장에서 그림에 관심 가져주시고 구매도 해주시니까 감사했습니다.

◆ 그동안 그린 그림 중에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어떤 건가요?
◇ '아이언맨', '데이비드 보위(영화배우 겸 가수)', '라이프 오브 파이', '분노의 질주' 등의 캐릭터를 그린 그림이에요. 그래서 어머니가 제가 그린 그림 중 몇 개를 선정해서 티셔츠로 만들어주셨어요.

◆ 앞으로의 꿈은 뭔가요?
◇ 제 엽서카드에 많은 리뷰가 올라오고 또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 게 앞으로의 저의 꿈입니다.

김익환 군은 “제 그림에 관심 가져주시고 구매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김익환 군은 "제 그림에 관심 가져주시고 구매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어릴 때는 말을 너무 못하고 안 해서 걱정했는데 이제는 ‘조용히 좀 하라’고 얘기할 정도로 말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는 익환 군의 목소리에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쳤어요. 
인터뷰가 끝난 뒤 어머니 김난희 씨로부터 익환 군의 그림으로 만든 노란 형광색 티셔츠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되었어요. 얼마 전 뇌종양 판정을 받은 익환 군을 위해 많은 사람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의미에서 제작한 것이라는…. 티셔츠에 새겨진 'Always pray for you(항상 너를 위해 기도해 #AlwaysPray4U)'라는 문구처럼 우리 모두 익환 군이 완쾌되어서 1000장 그림 그리기를 행복하게 완성하기를 기도해요. 

 

* 현재 정민재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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