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노해의 19번째 전시 '걷는 독서'
시인 박노해의 19번째 전시 '걷는 독서'
  • 안나겸 기자
  • 승인 2021.07.29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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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살고, 사랑하고, 저항해 온 삶이 오롯이 담긴 전시
ⓒ 이상훈 홍보팀장 제공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박노해 ⓒ 이상훈 홍보팀장 제공

[휴먼에이드포스트] 2021년 6월8일부터 9월26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라 카페 갤러리'에서 시인 박노해의 19번째 전시 <걷는 독서>가 개최된다. 글과 사진 모두 박노해 작가가 쓰고 찍었으며 <나눔문화> 비영리 사회단체와 함께한다.  
‘단 한 줄로도 충분하다’고 전하는 그는 매일 아침 한 줄의 문장과 사진으로 수많은 이들의 함께해 감성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7년간 연재한 2,400편 가운데 엄선해 묶은 <걷는 독서> 도서 출간과 함께 특별전시회를 기획했다.  
특히 박노해 작가는 시인으로서 감옥 독방에 갇혀서도, 국경 너머 분쟁 현장에서도 멈추지 않은 일생의 의례이자 창조의 원천인 '걷는 독서'를 직접 실천해온 사람이다. 온몸으로 살고, 사랑하고, 저항해 온 삶의 정수가 담긴 사상과 문장 그리고 세계의 숨은 빛을 담은 사진이 어우러져 총 57점의 작품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 이상훈 홍보팀장 제공
ⓒ 이상훈 홍보팀장 제공

"지난 30여 년 동안 날마다 계속해 온 나의 '걷는 독서'의 길에서 번쩍 불꽃이 일면, 발걸음을 멈추고 수첩에 새겨온 한 생각들을 모았다. 이것은 눈물로 쓴 일기장이며 내 삶의 고백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대에게 보내는 두꺼운 편지다. (...) 지금 세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걷는 존재이고, 만남의 존재이고, 읽는 존재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하고 삭막한 이 시대에 이 ‘걷는 독서’가 그대 안에 있는 하많은 생각과 지식을 ‘목적의 단 한 줄’로 꿰어내는 삶의 화두가 되고 어려운 날의 도약대가 되기를......"이라고 전하는 박노해 작가의 바람을 시작으로 그의 <걷는 독서>전이 개최되고 있다.  
특히 인류의 오래된 '걷는 독서'를 새로운 독서 체험으로 전시 포스터에 상징처럼 새겨진 <걷는 독서>전은 '걷는 사람'의 고전적 이미지로 눈길을 끈다. 시인 박노해 작가는 2008년 고대 문명의 발상지 '알자지라(Al Jazeera) 평원'에서 만난 '걷는 독서'를 하는 소년을 찍은 사진에서 과거 자신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따사로운 햇살은 파릇한 밀싹을 어루만지고, 그는 지금 자신의 두 발로 대지에 입 맞추며 오래된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선조들의 복장과 걸음과 음정 그대로 근대의 묵독 이전의 낭송 전통으로 '걷는 독서'를 하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 또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특히 시인 박노해 작가는 이 오랜 독서 행위인 ‘걷는 독서’의 체험을 오늘날 현대인에게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최초 공개 컬러 사진과 더불어 최고의 영문 번역을 나란히 2010년부터 이어온 '박노해 사진전'. 그동안 아날로그 흑백사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그의 사진 작업이 이번 전시회 <걷는 독서>에서는 수십만 장의 컬러 사진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그리고 한 편 한 편마다 그의 생기 충만한 문장과 영혼을 흡인하는 감성으로 발길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긴다. 사랑의 빛과 생명의 찬사 그리고 눈부신 원시적 색감을 더하는 박노해 작가의 사진은 다채롭게 보는 이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문장을 품격 있는 영어로 동시에 감상하는 기쁨도 있다. 이는 한국문학 번역의 독보적인 대가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Brother Anthony of Taize)의 도움을 이뤄진 성과다. 그는 시인 박노해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말의 깊은 뜻과 운율까지 잘 살려 놓았다. 그럼으로 매 작품마다 영문을 나란히 표기하여 외국인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지식을 쌓을수록 알 수 없는 미로에 빠지며 자기 자신과 멀어지는 이 시대에 응축된 문장 사이로 영감이 깃들고, 가슴을 울리는 서정 사이로 새로운 나를 안내하는 <걷는 독서> 전시회. 지금이야말로 내 삶을 비추는 '단 한 줄의 글'이 필요한 때 이곳 전시회에 들려 세계를 다른 눈으로 보고, 삶의 많은 문제를 관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박노해는 누구? 
시인, 사진작가, 혁명가다. 1984년 27살에 쓴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은 금서였음에도 100만 부가 발간되었는가. 이때부터 그는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렸다. 1991년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환히 웃던 모습을 보인 그는 대중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이후 무기수로 독방에 갇혀 침묵과 정진 속에 사유와 독서와 집필을 이어가며 새로운 혁명의 길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7년 6개월 만에 석방된 그는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또한 20여 년간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땅에서 평화 활동을 펼치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해 왔다. 지금까지도 모든 글을 오래된 만년필로 써나가는 그는, 고난의 인생길에서 자신을 키우고, 지키고, 밀어 올린 것은 ‘걷는 독서’의 힘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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