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예술이 치유와 극복의 도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자가 만난 사람] "예술이 치유와 극복의 도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1.08.02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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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붓을 든 김근태 화백
김근태 화백 ⓒ 휴먼에이드포스트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7월28일부터 8월2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3층 G&J 갤러리에서 김근태 화백 특별전이 열렸어요. 자신의 몸은 아프지만, 코로나 시국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붓을 든 김근태 화백. 이번 작품들이 어려운 시기에 모두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는 화백님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오랫동안 감상했어요. 

김근태 화백님 작품이에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김근태 화백의 작품이에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김근태 화백님 작품이에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김근태 화백의 작품이에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 30여년 동안 지적장애인을 그려오셨는데, 장애인들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 처음부터 장애인들을 그린 것은 아니고 초기에는 서민적인 그림을 주로 그렸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무렵 518광주민주항쟁을 맞게 되었지요. 그때 학생수습대책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말 못할 수많은 사연들로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후 목포 앞바다에 있는 섬 고하도의 ‘공생재활원’에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밥을 먹여주고 옷을 입혀줘야 하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만나 함께 생활하게 되었어요. 그때 5·18의 큰 상처가 그들의 모습과 영락없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발달장애 친구들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 이번 특별 전시회의 주제 '나는 꽃, 너는 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 이번 전시의 주제 '나는 꽃, 너는 향'은 꽃과 향을 서정화·의인화시켰다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코로나19를 2년째 겪으면서 모두가 지쳤고,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위로를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이번 전시회가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꽃과 향이라는 주제를 정하게 되었어요. 제가 그린 230여개의 작품들도 코로나를 극복하고 치유하자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작년 10월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대통령상을 수상하셨어요. 어떤 점이 수상 이유였다고 생각하시나요?
◇ 그런 큰 상을 받은 게 좀 송구하지만, 그 상을 주신 것은 제가 장애인 인권의 문제를 다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인류에게 왜 코로나19가 오게 되었는지, 그 원인과 문제의식에 너무 무뎌져 있어요. 그 원인을 살피고 치유와 극복의 도구로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발달장애 친구들의 맑은 영혼과 마음을 그림에 담아낸다면 그들을 통해 얼마든지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자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문화예술상’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계속 작업을 이어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김근태 화백님과 기념촬영을 했어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김근태 화백님과 기념촬영을 했어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 그동안 유엔 본부와 유네스코 본부,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장애인 인권을 널리 알리는 전시회를 개최하셨는데, 그런 전시회들이 화백님에게는 어떤 경험이 되었나요? 
◇ 실제로 유엔과 유네스코 본부처럼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장소에서 작품을 전시했지만, 제가 항상 추구하는 것은 어디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주제를 가지고 전시회를 열었고 어떻게 전시회에 담아냈느냐 하는 점입니다. 
발달장애인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아주 민감한 문제예요. 그래서 화가들도 발달장애인을 주제로 마음대로 그리지는 못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우리 발달장애 친구들과 제가 동격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작품에 담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1조를 보면 '장애인의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하도록~'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 엄청난 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고민하다가 큰 화폭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1km를 화폭에 그리는 대작을 계속 연구하고 있고 스케치 작업 중입니다. 제가 이 땅을 떠날 때까지 그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 완성할 생각입니다. 

◆ 우리 회사에도 5명의 발달장애 그림 작가들이 있어요. 이처럼 꿈을 갖고 활동 중인 발달장애인 작가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려요.
◇ 작가들을 후원하고 응원하고 있다니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발달장애인이 사회에서 당당히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런 후원과 응원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 친구들이 앞으로 작가의 꿈을 안고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하려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런 후원과 장려정책이 따라와야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러한 친구들을 발탁해서 세계적인 작가로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 발달장애 화가들이 세상과의 소통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것은 절대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작가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을 가지고 철저하게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느낌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면서 그리다 보면 그 작품은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 제가 느낀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속 그려왔기 때문에 유엔과 유네스코로부터 초대받은 것입니다. 여러분도 용기를 잃지 말고 항상 꾸준하게 하다보면 그런 길이 열릴 것입니다.

 

* 현재 김민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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