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불교경전 전권 123년 만에 햇볕 쬐고 바람 쐐
해인사 불교경전 전권 123년 만에 햇볕 쬐고 바람 쐐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1.10.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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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판전에 보관 중인 1270권 꺼내 '포쇄'…사찰 안 책 향기 가득
포쇄 행사에서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이 책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휴먼에이드포스트] 7일 오전 경남 합천군 해인사 장경판전(고려 대장경을 보관하는 커다란 집) 계단 입구에서 팔만대장경판을 종이에 찍은 '인경(印經)책' 1270권 모두를 바람에 말리는 포쇄(曝曬)가 열렸다. 
'인경'은 불경(불교의 경전)을 박아내는 것을 말하고, '포쇄'는 장마철 습기를 머금은 책 등을 밖으로 꺼내 볕을 쬐고 바람에 말려 썩거나 벌레 먹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말한다.

해인사는 2017년 포쇄 행사를 퍼포먼스 형식으로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인경책 1270권 전체가 햇볕과 바람을 쐬기는 123년 만에 처음이다.

원래는 지난 8월14일 포쇄행사가 예정됐으나 기후가 좋지 않아 연기돼 이날 개최됐다.

이날 합천의 날씨는 흐렸지만, 해인사 일대에는 햇볕이 따갑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책을 말리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해인사 인경책 1270권 전권 포쇄는 123년 만이다.  ⓒ 연합뉴스

포쇄에는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사찰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반야심경 독경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장경판전에 보관된 인경책 한 권씩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전달했다.

책을 옮기는 데만 30여분이 넘게 시간이 걸렸다.

책을 말리는 포쇄는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스님이 책을 빠른 속도로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찰을 방문했다가 행사를 본 한 시민은 "처음 보는 행사인데 많은 분이 모여 책을 전달하고 말리는 광경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포쇄에 참석한 진일 스님은 "바람이 잘 불고 볕이 좋아 말리기 좋은 날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말리는 인경책은 1898년 조선 후기 상궁 최씨의 발원(신이나 부처에게 소원을 비는 것)으로 찍어낸 것이다.

당시 4부를 인경해 해인사와 통도사, 송광사에 각 1부씩, 전국 주요 사찰에 나머지 1부를 나눠 봉안(받들어 모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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