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다올림 장애인 인권교육센터' 황성환 대표
[기자가 만난 사람] '다올림 장애인 인권교육센터' 황성환 대표
  • 김민진 · 남하경 기자
  • 승인 2021.12.02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 테두리 넘어 '모두의 이야기' 담아내는 장애인인권영화제 만들려 노력"
'다올림 장애인 인권교육센터'의 황성환 대표. ⓒ 김민진 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11월30일 '다올림 장애인 인권교육센터'에서 장애 인식 개선교육과 장애인 인권 교육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황성환 대표를 만났다. 

황성환 대표는 지난 11월 19~20일 열린 제5회 '용인 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추진위원장'을 맡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대를 통해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음은 황성환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다올림 장애인 인권교육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 장애인을 알리는 교육, 장애인을 위한 교육, 장애인 인권에 관한 교육,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이고요. 특히 강사진 양성과 지역 인권 활동도 하고 있어요. 용인시의 인구가 100만 명인데 장애인 인권을 교육하는 기관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비록 민간기관이지만 마음 맞는 분들과 연합해서 교육센터를  만들었어요.

◆ '다올림'의 뜻과 의미가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 엄청난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물어들 보시는데요(웃음). 반올림 샵(#)의 뜻이 반만 올리는 거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완전하게 올리자, 즉 '다 올리자'는 의미로 다올림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황성환 대표가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제5회 용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민진 기자

"차별에 대해 무감각하고, 차별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 안타까워"

◆ 이번에 용인시 장애인인권영화제 추진위원장으로서 힘쓰셨는데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우선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좀 힘들었어요. 그리고 한 기관이 주축이 되어 영화제를 준비했던 기존의 영화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용인시의 장애인 단체들이 다같이 연합하는 연합체의 성격을 강조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화제 추진위원회 회원이 아닌 단체들까지 모아내는 작업이 좀 힘들었어요. 감사하게도 거의 대부분의 장애인 단체가 저희 추진위원회에 가입을 해주셔서 함께하게 되었어요. 그런 만큼 서로 소통하면서 준비해야 했는데 그동안 쌓아놓은 절차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가다 보니 그게 좀 낯설고 힘들었어요.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추진위원들이 연말에 산더미 같이 일이 몰리고 바쁜데도 불구하고, 또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도 자기 일처럼 정말 열심히 도와준 덕분이에요. 그래서 힘든 점은 없었어요. 영화제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신 추진위원님들께 정말 감사해요.

◆ 용인시 장애인 인권영화제를 개최하는 데 용인시에서 가장 많이 도와주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 개막식 할 때 시청을 대관해주셨어요. 그리고 저희가 공모 사업을 통해서 진행을 했거든요. 영화제 시기에 맞춰 공모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시고 또 매년 개막식에 시장님께서 참석하십니다. 다각도로 지원해 주셔서 용인 시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장애인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서 모두의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히는 황성환 대표. ⓒ 김민진 기자

◆ 이번 장애인인권영화제에 나온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무엇인가요?
◇ 제가 평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꼽아보자면 영화제에서 상영된 20편의 영화 중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아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입니다. 길고양이도 사회적으로 소외된 동물이고 장애인도 그런 상황에 있는데, 그들끼리 교감을 나누는 상황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하는 공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특별 초대작으로 상영된 〈학교 가는 길〉이라는 영화입니다. 원래 유명하지만, 그 영화를 말로만 듣다가 이번에 보게 됐는데 그 영화를 통해서 특수학교를 짓는 과정에서 반대자들의 이야기들도 알 수 있게 됐고 다만 반대자들의 이야기가 아무리 일리가 있더라도 반대는 차별임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가 차별에 대해 무감각하고, 차별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는 감수성이 부족한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합 통해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한 첫걸음"

◆ 이번 영화제가 장애인 인권을 높이는 데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또 이번 영화제의 성과를 간략하게 평가해주세요.
◇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기본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영화와 장애인이 제작한 영화가 대부분이었어요.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선보였기 때문에 이번 영화제를 통해 장애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아무래도 장애인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낸 영화제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단체들과 연합해서 서로 소통해가면서 6개월 넘게 영화제를 준비했거든요. 매주 회의도 하고요. 한쪽의 힘이 아니라 연대의 힘으로 과정들을 다 준비하고 이루어냈다는 측면에서 장애인 단체 모두의 성과였어요. 우리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을 확인했고 또 부족함도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 영화제를 통해 우리가 좀 더 이루고자 했던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대를 통해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것이었거든요. 장애인을 넘어서서 ‘시민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 첫걸음을 떼는 영화제였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그래서 작년까지는 장애인 영화가 거의 100%였는데 올해는 비장애인의 이야기도 담아냈고 비장애인 단체도 우리 연대 회의에 참여해서 추진위원회와 함께 영화제를 만들어가는 데 동참했습니다. 용인시에는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장애인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서 모두의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황성환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남하경 기자

◆ 황성환 대표님께서는 장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그게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나에게 닥친 장애가 장애라고 생각해서 그게 정답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하다 보니까 각 사람마다 장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다 달라요. 장애에 대해 느끼는 감성들이 다르고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나 인식들도 달라서 혼란스러운 상황이에요. 특히, 장애를 넓게 본다면 등록되지 않은 비장애인은 장애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누구나 자기 인생의 장애를 가지고 있지요. 물리적 장애냐 아니냐만으로 장애를 판단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우리가 장애를 무엇이라고 볼 것인가에 답하는 순간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고 또 그게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수도 있는데, 저는 그 답을 아직 못 찾은 것 같아요.

"장애를 감안하고 바라보지 말고 그 결과물을 보아주길"

◆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고립되어 힘들었던 장애인들에 대한 걱정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크셨을 텐데 어떻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 제가 코로나19로 인한 장애인들의 어려움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리지는 못했어요. 다만 같이 걱정하고 염려했죠. 국회의원, 시의원들을 만날 때 여러 번씩 건의를 했어요. 
중증 장애인 확진자가 나왔을 때 국가적으로, 지자체별로 대응 방법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실제로는 간병인이 없으면 입원하기도 힘들어요. 코로나19에 걸린 상황에서는 간병인이 과연 있는지, 간병인이 없었을 때 어떻게 장애인 확진자를 입원하게 해서 치료받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인 대응 방법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아직 그게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요. 벌써 2년이 됐는데도요. 그래서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될지 모르니까요.
코로나19 외에도 긴급 재난 시 장애인이 대응하고, 피할 수 있는 과정에 대한 안내 또한 없는 상태입니다. 예를 들면 고층 건물에 불이 나면 엘리베이터가 바로 꺼지고, 중증 장애인이 대피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없는 상태예요. 그래서 안전하게 장애인을 지키기 위한 것에 대해서 촉구하고 있는 거죠.

◆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대표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 문화예술 활동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장애로 인해서 재능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받지 못하고, 교육을 받았더라도 현장에서 능력을 펼칠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특별히 장애인 문화예술에만 집중해서 지원하기보다는 장애인이 전반적으로 문화예술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 체험, 활동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 당사자가 문화예술 활동을 했을 때 그 결과물을 정당하게 평가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장애인이 했으니까 그걸 감안해서 이 정도까지는 봐줄게’라는 생각은 싫습니다. 장애인이라서 봐주는 것이 아니라, 즉 장애를 바라보지 말고 그 결과물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는 황성환 대표. ⓒ 남하경 기자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 사실 인권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단체가 필요해요. 저희가 이런 교육기관을 만들어 보니까 왜 그동안 이런 기관이 없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인권교육센터에 대한 재정 지원 항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예산이 지원되지 않거든요. 저희가 비영리 단체이다 보니까 수익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권단체에 누가 후원을 많이 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앞으로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니까 교육센터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생활은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마음 먹고 인권 활동을 하고자 하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지속적으로 이 일에만 매달릴 수 있는 교육센터가 되는 게 저희 센터 차원의 바람이에요. 
개인적인 바람은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조금 더 찾는 것이에요. 저도 어떻게 하다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앞으로 저의 계획이에요.

 

* 현재 김민진·남하경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 및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