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현장을 찾아서] 단편영화 〈계단 깨기〉 시사회…좌절 겪는 인생의 한 장면 그려
[화제의 현장을 찾아서] 단편영화 〈계단 깨기〉 시사회…좌절 겪는 인생의 한 장면 그려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1.12.0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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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 성과물…계단에 맞닥뜨린 현실을 코믹과 액션으로 표현
〈계단 깨기〉 단편영화 〈계단 깨기〉 포스터. ⓒ 김민진 기자
단편영화 〈계단 깨기〉 포스터. ⓒ 김민진 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2일 용인시평생학습관 공연동 2층 작은어울마당에서 단편영화 〈계단 깨기〉 시사회가 열렸다.

우리동네 평생교육학교에서 2021년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으로 만든 단편영화 〈계단 깨기〉는 휠체어를 탄 주인공(아역배우: 문현이, 성인배우:강덕중)이 어린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성인이 돼서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이날 시사회에는 쿠키미디어 김지방 대표, 우리동네평생교육학교(이하 우동평) 김진규 교장, 다올림장애인 인권교육센터 대표이자 이번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성환 감독, 공동 연출을 맡은 이계곤 감독, 배우 강덕중, 태레지나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시사회는 △축사 △축하공연 △영화 〈계단 깨기〉 상영 △메이킹 영상(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찍은 영상) 상영 △관객과의 대화 순서로 진행됐다.

다음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있었던 질의응답 내용이다.
 
◆ 강덕중 배우님은 영화 〈군함도〉에서 쇳대쟁이 역활에 이어 〈계단 깨기〉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하셨어요. 소감한 말씀 부탁드려요. 
◇ (웃음) 저에게 값진 힘듦과 도전의식을 경험하게 해준 영화여서 생각이 많이 나요. 영화 〈계단 깨기〉를 찍을 때 비도 오고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 재밌게 촬영했어요. 기존에 촬영했던 것과 달리 장애인을 소재로 만드는 거라 코믹, 액션, 무협이 들어가면 장애 관련 주제가 너무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 진정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계속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재밌게 촬영하시면 된다. 그런 편견 다 버리고 편하게 하시라"고 말씀하시고 연기하는 데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영화 〈계단 깨기〉 중 한 장면. ⓒ 우리동네평생교육학교
영화 〈계단 깨기〉 중에서 주인공이 과거를 생각하는 장면. ⓒ 우리동네평생교육학교

 ◆ 김진규 교장선생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영화에 컴퓨터 그래픽도 들어가고 해서 제작비가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하고 조달하셨는지요? 그리고 손익 분기점이 어느 정도 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먼저 이번 영화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도움이 있어 제작이 가능했습니다. 공모사업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이전에 만든 영화 〈하고싶은말, 미스터 그린〉이 다른 영화제에 출품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어 공모 지원액이 좀 증액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5편의 영화 중 두 번째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처음 지원금보다는 다소 늘어난 지원금 덕에 교육과 워크숍을 병행하면서 영화 한 편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전에 제작한 3편의 영화는 용인시 보조금의 일부에서 아주 적은 예산으로 만들었고요.
장애인 대상으로 나오는 영화가 아닌 영화계에서도 장애를 가진 감독이나 스태프들이 영화제작에도 흥미를 갖고 예산 걱정 없이 영화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좀 더 확대되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저희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업영화까지 가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 가서 손익분기점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태프나 출연진, 영화 전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보다 완성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계단이라는 장애물 통해 인생의 희망과 좌절을 그려"

◆ 황성환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작년에 감독님이 만든 〈미스터 그린〉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번에 만드신 〈계단 깨기〉의 제작 의도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주인공을 선정하실 때 감독님만의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제가 만든 영화를 보신 분들 중에 "극 중 장애 인물에 대해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평가를 하시는데요. 그런 생각이 있을 수 있겠다고 공감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미흡했구나 하고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작품의 의도는 장애인만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심지어 스태프들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영화구나'라고 이해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보시는 분들의 영역이니까 그렇게 이해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계단이라는 걸 통해서 우리 앞에 나타나는 한계나 우리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어떤 상황들을 설정하고 그 계단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좌절하는지, 그것이 우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주인공 선정도 그 문제와 맞닿아 있어요. 장애인 당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비장애인으로 장애인의 역할을 맡긴다는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저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장애인이냐 비장애인이냐를 배우 선정의 기준을 삼지 않았어요. 누가 맡든 간에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생각해요. 

영화 제작에 도움 준 스태프들과 제작진 및 출연자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 김민진 기자
영화 제작에 도움 준 스태프들과 제작진 및 출연자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 김민진 기자

◆ 이계곤 감독님은 원래 론볼 스포츠(공을 굴려 잭이라는 공에 얼마나 접근하는지 겨루는 경기) 감독님이십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삶을 바꿔놓는 역할, 무예를 가르치는 스님 역할로도 출연하셨어요. 소감이 어떠셨나요?
◇ 일단 많이 망가져서 얼마나 더 망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웃음) 제가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론볼이라는 장애인 스포츠 클럽을 통해 '우동평'과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그 인연으로 오늘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황성환 감독님과 〈계단 깨기〉 영화를 만들면서 단순하게 장애인 이동권으로 생각했어요. 황 감독님이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절망이나 좌절로 몸부림 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씀해 주셔서 깜작 놀랐어요. 앞으로 우동평과 좋은 인연 잘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영화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있는데 그 장면들을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또는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 황성환: 예를 들면 도망가는 장면은 원래 있었던 장면이지만 우리가 토의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냈어요. 사실은 코믹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웃기는 것이 너무 힘드네요. 제작진끼리 웃긴다고 생각하고 만들어 봤는데 영화를 보니 웃기는 게 아니고 울적하네요.(웃음)
◇ 이계곤: 이 영화 만들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영화 하나를 선보이는 것이 스태프의 일손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기도 하고 힘든 점이 많지요. 열정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김진규 교장선생님이 지치지 말고 열정을 다해 경기도를 대표하는 제작자로 우리들을 이끌어주시리가 믿습니다.
◇태레지나: 저는 평소에 그냥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끼리 술 한잔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옆에서 다 잘 받아주시고 맞춰주셔서 감사드리고 영화에서 우리가 더 재밌게 찍었던 장면들이 많이 편집돼서 그게 좀 아쉽긴 해요.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답변하는 모습. ⓒ 김민진 기자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답변하는 모습. ⓒ 김민진 기자

"서로 호흡을 잘 맞춰서 힘들지만 함께 이뤄나가는 과정 배워"

◆ 태레지나 배우님께 질문을 드릴게요. 이번이 첫 연기인데 굉장히 잘하셨어요. 첫 연기에 대한 소감한 말씀 부탁드려요.
◇ 제가 맡은 역할을 잘냈는지 모르겠어요. 촬영 중에 '민폐 끼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어요.(웃음) 영화를 제작하고 연기를 한다는 것이 다른 분들 수상 소감처럼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어요. 서로 호흡을 잘 맞춰서 힘들지만 함께 이뤄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이 새삼스럽게 많이 와닿았어요. 영화가 개봉돼서 보게 되면 그 뒤에서 고생했던 스태프들이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공부하는 것처럼 소중한 시간이었고 이 나이에 내가 이런 경험을 하다니, 처음이지만 이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 장면 중에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황성환: 이 질문이 나올 줄 알았는데요(웃음), 사실 이 질문에 대해 조금 고민했어요. 아마도 강덕중 배우님이 옷을 벗고 낙엽을 맞으면서 수련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촬영 당시 날씨가 많이 추웠어요. 
◇ 이계곤: 낙엽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났는데, 절에 촬영하러 갔는데 낙엽이 없더라고요. 알고 보니 절에서 청소하시는 분이 다 갖다버린 거예요. 뒤에 오는 미술팀에게 연락해서 "오는 길에 가로수 옆애 낙엽 있으면 좀 담아가지고 오세요"라고 부탁했어요. 놀랍게도 미술팀에서 낙엽을 엄청 많이 가지고 오셨어요. 덕분에 촬영을 잘 마쳤습니다. 
◇ 강덕중: 제가 생각하는 명장면은 몇 가지가 있어요. 영화 초반에 담배를 피는 장면이에요. 저는 담배를 피지 않는데 감독님이 '담배를 피면서 웃겼으면 좋겠다'고 요구하시길래 담배를 몇 개비씩 피면서 콜록콜록 했거든요. 그게 굉장히 긴 촬영이어서 기억에 남아요.
또 마지막에 모든 걸 포기하고 제가 기를 모으면서 장풍을 쏘려고 하는 장면이에요. 아버지의 원수도 갚지 못했으니 나도 여기서 생을 마감하자는 감정으로 건물을 깨는 장면이거든요. 제가 그때 연기했던 그 감정이 지금 다시 떠올라서인지 그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고 싶어요. 
◇ 태레지나: 저는 보는 내내 너무 재미있어서 20분짜리 영화의 모든 순간들이 명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음악을 넣고 그 장면을 보니까 사실 약간 슬픈 느낌도 나고 울컥했어요. 마지막에 교도소가 무너지기 전에 장풍 쏠 때 음악을 들으면서 그 장면을 봤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새벽에 촬영해서 그랬을까요? 역시 연기를 하는 직업이 나에게 감동을 주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단편영화 〈계단 깨기〉는 배리어프리로 이달 30일에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개봉한다.

 

* 현재 김민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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