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10년간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한 김윤숙 씨
[기자가 만난 사람] 10년간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한 김윤숙 씨
  • 정민재 기자
  • 승인 2021.12.23 16: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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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이 사라져가는 시대, 어린이 마음에 감동 전해줄 수 있어 뿌듯”
“평생 받아야 할 사랑, 이야기 할머니를 하는 10년 동안 모두 받았어요”
구연동화 이야기 할머니 김윤숙씨에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2011년부터 10년간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한 김윤숙 씨. ⓒ 휴먼에이드포스트

[휴먼에이드포스트] 2011년부터 10년간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한 김윤숙 씨(66세, 이야기 할머니 3기)를 만났다. 김윤숙 씨는 지난 16일 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진행된 '2021 이야기 할머니날' 행사에서 영예로운 졸업식을 치르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지난 2018년에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활동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찾아가 사랑과 정성의 마음을 담아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김윤숙 씨는 이날 260명 졸업자 대표로서 소감을 발표하면서 “아이들과 웃고 울다 보니 10년이 수일처럼 지나갔다”며 “평생 받아야 할 사랑을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는 10년 동안 모두 받았으니 우리는 모두 행복한 할머니들”이라고 말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인터뷰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며 겪었던 보람과 잊지 못할 경험 등을 들어봤다.

지난 16일 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진행된 '2021 이야기 할머니날' 행사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손하트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한 김윤숙 씨. ⓒ 한국국학진흥원 유튜브 갈무리

◆ 처음에 어떤 계기로 이야기 할머니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저희 딸이 “유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라는 것이 있는데 엄마한테 잘 맞을 것 같으니 한번 해보세요”라고 권했어요. 그래서 알아보니 이야기를 가지고 어린이 인성교육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 지난 16일에 이야기 할머니 졸업식을 하셨는데 활동을 마치신 소감 한마디 부탁드려요.
◇ 요즘처럼 인성교육이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에 제가 그런 일에 동참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이 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 특히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몸속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는 듯 활력이 느껴지고 아이들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런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에도 너무 감사하고, 저와 같은 마음으로 언제나 격려와 칭찬, 용기와 응원을 해주신 동료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이야기 할머니 김윤숙 씨. 왼쪽 가슴에 단 노란색의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배지가 돋보인다.  ⓒ 휴먼에이드포스트

◆ 이야기 할머니가 되려면 어떤 재능이 있어야 하나요? 또 어떤 훈련과 교육을 받는지도 궁금합니다.
◇ 이야기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능은 필요 없어요. 어린이들의 인성을 길러주는 이에 대한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이야기 할머니에 선발되면 △신규교육 △월례교육 △심화교육 3가지 과정의 훈련을 받게 돼요. 신규교육은 최종 면접까지 치르고 합격한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는 안동에서 2박3일 동안 진행돼요. 이야기 할머니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와 자원봉사자로서의 마음가짐, 이야기 활동에 필요한 이론 및 실기교육 몸가짐과 생활예절 등 유아 인성교육에 필요한 내용을 훈련받지요. 
신규교육이 끝나면 한 달에 한 번 양성교육을 받아요. 유아교육에 대한 이해와 이야기 구연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으로, 이 교육을 수료하면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자격을 부여받아요. 
심화교육은 1년에 2번 있는데요, 이야기 할머니의 전문성을 탄탄히 하고 현장 활동에 필요한 더욱 숙련된 능력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에요.

◆ 10년 동안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다만, 친구들과 모임을 하려면 다른 친구들이 제 이야기 활동 시간에 모두 맞춰야 해서 항상 미안했어요. 이제 이야기 할머니 졸업했으니까 편안하게 친구들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였나요?
◇ 기억에 남는 순간은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천에서 활동할 때가 기억에 남아요. 제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가 색종이로 만든 종이지갑을 조심스레 건네준 아이, 이야기 시간마다 잔잔한 음악을 깔아주고 마지막 날에는 아기들의 손편지를 책으로 엮어주신 선생님, 마지막 시간이라 했더니 옆 반까지 따라와 울었던 아이….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이 친구로 인해 서울로 이사 와서도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그 유치원에 가서 이야기 봉사를 해주었지요. 

김윤숙 씨가 구연동화 시간이 끝난 뒤 아이들을 안아주고 있다. ⓒ 김윤숙 씨 제공

◆ 아이들을 통해 감동을 받을 때도 있었나요?
◇ 네, 물론이지요. 특히 장애아 어린이집에 활동을 갔을 때예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막상 가봤더니 모든 친구가 장애아동이었어요. 특수 의자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친구도 있었어요. 깜짝 놀라는 제게 선생님이 “우리가 친구들 대신 반응해주고 대답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친구들이 저를 안 보고 저 혼자 말을 해서 처음엔 너무 쑥스럽고 민망했어요. 아기들과 눈도 맞추고 반응도 보며 재미있는 이야기 시간을 만들고 싶었지만 움직임이 없는 아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는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라, 할머니가 너희에게 다가가마'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마칠 때마다 아기들에게 다가가서 한 명씩 꼭 안아주었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이 저에게 눈을 맞추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어요. 그날 어린이집을 나오는데 걸음이 날아갈 듯이 가뿐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몇 달 후에는 어떤 친구가 저에게 잘 올라가지 않는 팔을 올려서 커다란 하트를 만들어 줬어요. 어느 친구는 제가 만든 노래를 선생님들과  함께 부를 때 저를 보며 손유희를 따라해주었어요. 그곳 선생님들도 전부 놀랐지요.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아무 감각이 없던 아이들이 저를 안고서는 서로 놓아주지 않는 거예요. 그동안 저 혼자만 아기들을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아기들도 저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기들은 조금 천천히 다가올 뿐이었는데 마음 급한 저 혼자서 애가 탔던 것이지요. 안아주면 쑥스러운 듯 고개 돌리는 아기들도 “사랑해” 하며 안고 토닥이면 말은 하지 않아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흐뭇했어요. 진심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아기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때 ‘내가 이야기 할머니 하기를 잘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윤숙 씨. ⓒ 휴먼에이드포스트 

◆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또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선생님만의 비결이 있나요?
◇ 대체적으로 잘 들어줍니다. 슬픈 이야기를 할 때는 같이 눈물 흘리고 어떤 때는 소리 내서 엉엉 울기도 하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면 진행을 못할 정도로 신나게 웃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반응을 잘해줘서 재미있게 할 수 있었어요. 산만한 아이들도 가끔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방해만 안하면 그냥 이야기를 진행해요. 선생님들이 같이 앉아 계시니까 심하게 장난치지는 않죠. 그래도 분위기가 산만하면 아기들이 좋아하는 지난 이야기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면 곧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지요. 

손유희를 곁들이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김윤숙 씨. ⓒ 김윤숙 씨 제공

◆ 혹시 손자손녀들에게도 이야기들 많이 들려주시나요?
◇ 네, 많이 들려줍니다. 이야기할머니 시작할 때 큰 손주가 5살이었는데 이야기도 해주고 제가 만든 이야기 노래와 손유희를 가르쳐서 손주를 모델로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 동영상을 이야기할머니들에게 보내주면 할머니들이 그 율동을 배워서 활동 때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손녀가 이제 곧 중3으로 올라가네요.

아이들이 김윤숙씨에게 예쁘게 손편지를 선물했어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제공
아이들이 선물한 손편지들. ⓒ 김윤숙 씨 제공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 제가 이야기 할머니를 하면서 손율동과 함께 동요를 개사해서 이야기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동시를 써도 잘 쓸 것 같다고 하고, 이야기 활동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탔다고 동화작가도 돼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뭘 하면 좋을지 지금부터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올해로 13년째를 맞은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삶의 지혜가 풍부한 여성 어르신들을 통해 어린이들의 인성을 길러주고 세대간을 이어주는 한국국학진흥원의 문화교육 사업이다. 지금까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5천여 명의 할머니들이 교육을 이수하고 3천여 명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 현재 정민재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 및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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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윤숙 2021-12-29 12:06:47
정민재 기자님 좋은 글 쓰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옥신 2021-12-24 21:04:34
훈훈한 기사 감사합니다.
10년간 사랑으로 봉사하신 김윤숙 할머니 앞날에
큰 축복 있으시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