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 피아노 반주자 임유진 씨
[기자가 만난 사람]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 피아노 반주자 임유진 씨
  • 송창진기자
  • 승인 2021.12.28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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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피아노 연주자가 되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싶어요"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 피아노 반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유진 씨. ⓒ 휴먼에이드포스트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22일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 피아노 반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유진 씨를 만났다. 7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발달장애인(선천성 다운증후군) 임유진 씨(만 32세)는 하루에 3~4시간씩 연습하며 피아노 실력을 키워갔다. 그후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고 전문가 레슨을 거쳐 백석예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한국 장애청소년 예술제 최우수상(2014년),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주최 우수 아티스트상(2016년) 등을 수상하며 전문 연주자로서 발판을 다져갔다.
KBS, MBC, YTN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대만, 일본, 상가폴, 중국 등 해외 연주활동도 활발히 펼치는 한편, 다운복지관(노원구 화랑로 478) 합창단, (사)한국발달장애인문화예술협회 아트위캔 등 여러 단체의 반주자로서도 꾸준히 활동해왔다. 
2019년에는 직업연주자에 도전,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의 정식 피아노 반주자로 임명되었다.  

◆ 언제부터 피아노를 좋아하기 시작했나요? 또 피아노 연주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 7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어요. 저에게 피아니스트의 꿈을 갖게 해준 사람은 스웨덴의 두 팔 없는 복음성가 가수 레나 마리아 씨예요. 그분은 두 팔도 없고 한쪽 다리도 짧은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가수가 되었거든요. 2003년 그분의 공연을 보고 난 뒤 저는 10개의 손가락이 있으니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끼고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다운증후군을 극복하고 훌륭한 직업연주자로 성장한 임유진 씨. ⓒ 휴먼에이드포스트

◆ 어떻게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었나요? 
◇ 여러 곳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활동하다가 정식 직업연주자로서 직장을 구하고 있었는데,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유베이스 소속의 직업 음악연주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을 봤어요. 그후 합격해서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유베이스는 저를 직원으로 채용해 월급을 주고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는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관리해주지요. 

◆ 정기적으로 레슨과 연습을 한다고 들었어요. 하루에 피아노 연습을 몇 시간이나 하시나요? 
◇ 집에서 연습할 때는 2시간 정도 하고, 한우리에서 연습할 때는 3시간 정도 해요. 그리고 정기 연주회나 초청 공연이 있을 때는 5시간씩 해요. 레슨은 일주일에 한번 가고요. 

지난 9월10일에 있었던 서초실내악축제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는 모습. ⓒ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9월10일에 있었던 서초실내악축제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는 모습. ⓒ 휴먼에이드포스트

◆ 연주활동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 제가 다운증후군이라서 손가락이 좀 짧은 편이에요. 특히 새끼손가락이 짧아요. 그래서 한 옥타브를 잡을 때 손가락을 많이 벌려야 해서 조금 힘들어요. 그것 말고는 힘들다고 느낄 때는 별로 없어요.

◆ 지난 9월10일 서초실내악축제 연주 때 오케스트라 팀 분위기가 좋아 보였어요. 오케스트라 활동 때 지휘자님이나 다른 단원들과 호흡이 잘 맞는 편인가요? 가장 잘 맞는 단원이나 파트가 있나요?
◇ 플루트의 하유빈과 클라리넷의 유승엽, 그 친구들과 호흡이 잘 맞아요. 그래서 서초실내악축제 연주 때도 아주 즐겁게 연주했어요. 그리고 지휘자 전소영 선생님은 단원들을 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래서 제가 쉬는 시간에 커피도 사드렸어요. 지휘자님하고는 호흡이 척척 맞고 함께 연주하면 기쁘고 기분이 좋아요.      

임유진 씨가 연주에 열중한 모습. ⓒ 서초실내악축제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유튜브에도 연주하시는 모습이 올라갔다고 하는데, 어떻게 영상을 찍게 되었나요 ? 
◇ 다운복지관 송년음악회와 아트위캔 공연 영상 등이 올라갔어요. 거기서 반주자로 꽤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공연을 많이 했거든요. 공연을 관람한 팬들이 제가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주셨어요.   

피아니스트 임유진 씨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휴먼에이드포스트

◆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요? 또 다른 음악가의 연주회나 음악회도 자주 보러 다니시나요?
◇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교향곡'을 좋아하고, 쇼팽의 '피아노협주곡'도 좋아해요. 특히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박정민이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나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콘체르토 1번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 곡이 너무 좋아서 열심히 연습해서 나중에 세종문화회관 꿈시어터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악보를 사다가 혼자 연습하고 있어요. 어렵지만,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가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요.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은 꿈시어터에서 한 번 공연한 적도 있어요. 

◆ 피아노 연습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 쇼핑도 하고 음악감상도 하고 클래식 방송도 보고 요리도 해요. 만화나 영화도 보고요. 겨울에는 털실로 뜨개질하는 것도 좋아해요.  

◆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오케스트라를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 기초가 튼튼해야 해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박자, 음정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해요. 저도 기본실력을 다지기 위해 연주곡을 연습하기 전에 항상 30분 동안 '하농' 피아노 연습곡을 쳐요. 그리고 바른 자세에서 박자와 음정을 잘 지키면서 좋은 소리를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지휘자 선생님의 사인도 집중해서 잘 봐야 해요.

2018년 피아노앙상블 당시의 프로필 사진. ⓒ 임유진씨 제공<br>
2018년 피아노앙상블 당시 프로필 사진. ⓒ 임유진 씨 제공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 직장인으로서 한우리오케스트라의 훌륭한 반주자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단원들과 호흡을 잘 맞추고, 지휘자 선생님의 지시에도 잘 따를 거예요. 

음악을 좋아하고,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임유진 씨는 피아니스트로서 기초를 튼튼히 해서 박자와 음정의 기본을 지키면서 좋은 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좋은 피아노 연주자가 되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싶다는 임유진 피아니스트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응원한다. 

 

* 현재 송창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 및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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