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의족 마술로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 깨는 정원민 마술사
[기자가 만난 사람] 의족 마술로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 깨는 정원민 마술사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2.02.1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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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것 두려워하면 걸을 수 없듯 실패 두려워하면 꿈 이룰 수 없어"
대학시절 마술공연 무대에 섰던 짜릿한 경험…마술사의 길 걷기로 결심
정원민 의족 마술사가 로프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16일, 프로마술사이자 마술교육 지도자, 장애인식 개선교육 강사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원민(36세) 의족 마술사를 만났다.

정원민 마술사는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후 10여 차례의 수술 끝에 의족을 착용하게 됐다. 그후 대학 마술동아리에서 마술을 접한 것을 인연으로 지금까지 마술사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에서 2016년, 2017년 두 번이나 입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 꿈나무 마술사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또 장애인식 개선 교육 강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EBS ‘희망풍경’, MBC '나누면 행복', KBS '사랑의 가족'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게 '의족 마술사'로 눈도장을 찍고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마술을 가르치는 유튜버 활동에도 열심인 정원민 마술사는 인터뷰가 끝난 뒤 서로 다른 길이의 노란색 로프 3개를 이용해 '장애는 특별함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마술공연을 펼쳐 보였다.

다음은 정원민 마술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의족 마술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마술공연을 할 때마다 의족을 보여주면서 하시는데, 그렇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 제가 마술공연을 통해 장애인식 개선 교육과 장애인 인권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어요. 특히 초등생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그런 강의를 준비하면서 장애에 대해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이에요. '나의 의족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면 더 쉽고 직접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스토리텔링 마술공연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의 의족을 보면서 '장애인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장애인이 사용하는 의족도 이상한 물건이 아니라 신체기관의 하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일반 마술공연과 스토리텔링 마술공연의 차이점은 뭔가요?

◇ 일반 마술공연은 그냥 준비한 마술만 보여주면 끝이에요. 하지만 스토리텔링 마술공연은 마술사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장애에 대해 좀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공연하면 관객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것 같아요.

정원민 마술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면. ⓒ 유선우 사진기자

◆ EBS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희망풍경’에서 부모님이 마술사가 되는 것에 반대하시는 장면을 보았어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술사가 되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 부모님은 아무래도 마술사로 활동하면 수입이 일정하지 않으니까 그런 점 때문에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트럭에 치여 장애를 갖게 되었어요. 의족을 착용하고 학교 다닐 때 괴롭힘과 따돌림을 많이 당하면서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했어요.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니까 발표하는 수업이 많았어요. 제가 발표하는 차례가 돌아오면 그때마다 너무 긴장해서인지 발표를 너무 못하겠더라고요. 이런 성격을 고쳐서 발표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마침 회원모집 중이던 '마술 동아리'에 들어가 마술을 배우면 고칠 수 있을까 싶어 고민 끝에 동아리의 문을 두드렸어요. 동아리 선배들에게 저의 고민을 털어놓으니 마술을 계속하다 보면 고쳐질 거라고 격려해주었어요. 정말 마술을 열심히 배우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공연무대에 올라갔는데 제 걱정과 달리 저의 공연을 본 관객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호해주었어요. 무대에서 느꼈던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해서 아직도 마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부모님도 저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세요.

◆ 현재 프로마술사이자 마술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술교육 강사, 장애인식 개선 교육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세요. 이런 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계기가 무엇인가요?

◇ 비장애인에게는 마술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 주고, 장애인에게는 마술을 배움으로써 저처럼 마음에 상처가 있거나 소극적인 사람도 사회에서 다 같이 어우러져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특히 장애인들이 저의 마술을 보고 자신감을 얻고 저의 마술 교육을 통해 당당히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정원민 의족마술사 ⓒ 유선우 사진기자
마술을 선보인 후 멋진 포즈로 서 있는 정원민 의족 마술사. ⓒ 유선우 사진기자

◆ 마술 강사, 장애인식 개선 교육 강사 둘 중에 더 마음이 가는 직업을 고른다면요?

◇ 사실 저에게는 그냥 마술을 가르치는 게 더 편해요. 왜냐하면 장애인식 개선 교육 강사로 3년 동안 배우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초보거든요.(웃음) 마술은 제가 10년 동안 해왔던 거라 마음에 부담이 별로 없이 그냥 할 수 있는데, 장애인식 개선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꾸준히 연습해야 하니까 아직은 좀 더 서툴고 어렵긴 해요.

◆ '휴머니스트 마술사', '의족 마술사', 희망을 꿈꾸는 마술사'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고 있어요. 앞으로 자신을를 어떻게 불러줬으면 좋겠다거나 마음에 드는 수식어가 있나요?

◇ 제가 유튜버를 하고 있는데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의족', '희망', '휴머니스트' 중에 고르라면 아무래도 '의족 마술사'가 간단하고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왜냐하면 장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2021 따뜻한 동행 장애인식 개선 강사 콘테스트-나는 강사다'에서 특별상과 2016, 2017년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연극·뮤지컬 부문에서 장려상을 받았는데, 콘테스트와 경연대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 ’따뜻한 동행 장애인식 개선 강사 콘테스트‘는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장애인식 개선 강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대회예요. 저는 비장애인에게 얼마나 유익하게 장애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 마술 영상을 만들어서 특별상을 받았고요. '스페셜K'는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에서 매년 주최하는 행사로 장애예술인들이 국악, 클래식, 실용음악, 무용, 연극·뮤지컬 5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대회예요.

기자에게 '상대가 생각한 숫자 맞히기' 마술을 가르쳐 주고 있는 정원민 마술사. ⓒ 유선우 사진기자

◆ 자신만의 마술공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치시는데요. 마술사님처럼 새로운 직업이나 꿈을 이루려는 장애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 우리가 걸음마를 배울 때 많이 넘어지잖아요. 저도 의족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혼자 걸을 수 있게 될기까지 엄청 많이 넘어졌어요. 하지만 넘어지는 게 무서워서 도전조차 못하면 걸을 수 없겠지요.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일에 도전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정원민 의족 마술사는 인터뷰를 마치고 당당하게 자신만의 마술을 선보인 후 기자의 부탁으로 '상대가 생각한 숫자 맞히기' 마술을 가르쳐 주고 자리를 떠났다. 감탄을 자아내는 놀라운 마술 실력을 갖게 되기까지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정원민 마술사. 자신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 어디서든 마술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에 찬 젊은 마술사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현재 김민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 및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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