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기후위기 심각성 알리는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사무국장
[기자가 만난 사람] 기후위기 심각성 알리는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사무국장
  • 남하경 기자
  • 승인 2022.03.0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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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닥친 기후문제, 가장 치명적인 피해자는 청소년"
"기후위기 못 막는 정치는 필요 없어"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사무국장. ⓒ 고영기 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환경파괴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 사무국장을 광화문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청소년과 청년이 기후위기의 가장 치명적인 피해 당사자로서 코앞에 닥힌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와 사회 전반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후운동 단체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가장 약한 사람이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조금이라도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우리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김보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청소년기후행동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 단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자기 소개도 부탁드려요.

◇ 저는 청소년 기후행동에서 4년째 활동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2018년 8월에 작은 모임에서 시작했어요. '기후위기'의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이 사는 빙하가 녹는다'라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아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우리 사회가 온실가스를 너무 많이 내보내고 지구 온도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올라가서 이제 더 이상 넘으면 안 되는 한계선까지 와 있다"라는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당시 이렇게나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치나 정책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변화를 요구하기 위해 2019년 3월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운동 연대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ue)'과 함께 행동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평등문화약속문'을 만들게 된 동기와 내용은 무엇인가요?

◇ 청소년기후행동은 누구나 기후운동의 주체로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기후위기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변화를 함께 만드는 하나의 공간 또는 창구 역할을 해요.

그래서 어디에 살든, 어떤 상황에 있든, 나이와 성별이 어떻든 상관없이 단체에 들어오는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외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했어요. 나아가 이 공간이 안전하게 유지되려면 동료 모두가 서로 지켜야 하는 질서가 있어야 하고요. 그것을 위해 합의된 내용을 글로 적게 되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약속하는 글이 바로 '평등문화약속문'이에요.

김보림 사무국장과 기자가 함께 청소년기후행동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 ⓒ 고영기 기자

◆ 청소년기후행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은 무엇인가요? 또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는 새 대통령이 기후위기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펼치길 바라나요?

◇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전 세계 과학자들이 산업화 전과 비교해서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면 그때는 재난이 무한히 늘어나 7년 후(2030년)면 회복하고 싶어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위험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계속 내놨어요.

언론이나 사람들이 기후위기, 탄소중립을 언급하고, '지구를 지킵시다'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혼자서 실천한다고 해서 해결될 만큼 작은 문제가 아니거든요. 전 세계가 지금까지의 시스템을 모두 다 바꿔야만 해결될 정도로 너무 거대한 문제이고 너무 큰 위험이에요. 결국 국가와 정치 및 정책의 역할이 너무 중요한데 지금의 정치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거죠.

정책 결정자에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노력해 주세요, 어떤 정책들이 필요합니다'라고 외치는 수준을 넘어서 지금 당장 정치의 책임을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게 됐고, 그래서 작년 6월에 '모두의 기후정치'를 시작하게 됐어요.

시민들에게는 모두 실천해야 하는 것을,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의 책임, 정책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좀 더 명확하게 외치기 위해서 시작했던 캠페인이고,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의지가 있는지, 기후위기에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를 계속 질의하고 이것을 사람들한테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기후위기를 정말 하찮게 여기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사실 좀 무서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후위기는 결국 이미 생긴 사회 불평등의 구조 안에서 더욱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정치나 정책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기후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기후 정의를 강조하고 있어요.

◆ 지난 2020년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 19명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 소송을 제기했어요. 기후 소송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 현재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법이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법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만들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이만큼 줄이겠다고 법으로 정했는데, 법에서 정한 수치가 위기를 막을 수 없는 수준인 데다 그것조차 지키지 않고 사실상 모두가 입을 닫고 있는 거죠.

'정부가 만들어놓은 법이 우리를 보호할 수 없는 법이라면 그 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에서 논의가 시작되었어요. 실제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으로 변경)에 있는 내용들이 실제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의 생명권, 직업 선택권, 평등권 등 헌법상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되었어요.

2020년 3월13일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정부와 국회에서는 어떤 답변도 오지 않았고, 정부에서 저희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당사자라고 주장할 수 있냐?'는 내용으로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어요.

지난 2월16일 저희가 위헌 소송을 제기했던 그 법이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으로 변경되어 이 법도 위헌이라고 추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 현재 기후소송의 공개변론을 신청한 상태이고, '기후위기가 인권의 위기'임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 성과가 조금은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2020년 3월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전에는 기후위기라고 별로 인식하지 못했는데, 사회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는 데 헌법소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너무 명확한 법적인 책임을 요구했거든요. 단순히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외치는 게 아니라 정책 책임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명확하게 주장하면서 이 문제가 조금 더 확산이 될 수 있었어요. 처음 인권단체들을 향해 기후위기 문제를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단체들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인권단체들이 먼저 나서서 기후 정의를 이야기하고 기후 문제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관련된 문제라고 크게 강조하고 있어요.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은 미래 세대를 데표하여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수면 위로 띄우고 있다. ⓒ 고영기 기자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은 미래 세대를 데표하여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수면 위로 띄우고 있다. ⓒ 고영기 기자

◆ 앞으로 청소년기후행동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 앞으로 할 게 많은데요.(웃음) 일단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은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지방선거도 있고, 당선되는 새 대통령에게, 또 아직 임기가 남은 현재 대통령에게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는 목소리를 내야 해서 좀 더 명확한 언어로 캠페인을 계속할 거예요.

그리고 누구나 기후위기를 쉽게 알고, 이에 대한 행동을 함께할 수 있는 기후문화캠페인도 지금 준비하고 있어요.

정부에서 새로운 석탄발전소를 만들려고 강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그것을 막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연대하고,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행동들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마디 해주세요.

◇ 어쨌든 기후위기는 우리 삶에 닥친 문제이고, 이 문제를 지금 마주하기 싫어서 외면하든 아니면 어떻게 마주하든 심각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행동하고 싶거나 정보를 얻고 싶다면 언제든 함께할 사람들이 여기 있다고 전하고 싶어요.

다가올 미래에 깨끗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할 청소년과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청소년기후행동과 김보림 사무국장의 활동을 응원한다.

 

* 현재 남하경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 및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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