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만든 동대문장애인복지관 서명희 팀장
[기자가 만난 사람]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만든 동대문장애인복지관 서명희 팀장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2.03.15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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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행 5년째…"무슨 일이든 도울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
동대문장애인복지관 서명희 팀장 ⓒ 유선우 사진기자
동대문장애인복지관 서명희 팀장.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8일, 동대문장애인복지관에서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사업을 기획한 서명희 팀장을 만났다.

구립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의 5년차 특화사업인 '24시간 장애인 도움콜'은 항시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이나 응급상황에 도와줄 가족이 없는 장애인 가구에 전화상담은 물론이고 직접 현장에 나가 필요한 도움을 주는 24시간 열려 있는 서비스다. 특히, 코로나19로 복지관 휴관이 장기화되면서 가족과 당사자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요즘, '24시간 장애인 도움콜'은 장애인의 돌봄 공백과 안전사고를 미리 막는 등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서명희 팀장을 만나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사업을 만든 이유와 그동안의 성과 등 도움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대문장애인복지관 건물에 걸려 있는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현수막. ⓒ 유선우 사진기자

◆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2016년 복지관 개관을 앞두고 조직된 개관 준비팀이 동대문구 지역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조사했어요. 그 결과, 독거 장애인의 수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았고, 장애 노인의 비중도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어요. 이는 곧 예기치 않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에 저희 복지관에서는 독거 장애인이나 장애 어르신 가정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만약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 방안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기존의 119소방안전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장애인 가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보다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던 중 ‘24시간 장애인 도움콜’이라는 사업을 개발하고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 확보와 함께 사업 홍보에 들어갔어요. 예상대로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나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았어요. 경력단절 사회복지사들과 장애인 당사자 부모들의 참여 덕분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올리고 있어요.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한 이 사업은 서울의 모든 지역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사업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 '24시간 도움콜'은 장애인이나 그 가족이 위급한 순간이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위기대응 교육을 받은 전문 사회복지 요원이 현장에 파견되어 도움을 주는 서비스예요. '위기대응 전문사회복지요원'(이하 위기대응 전문요원)은 주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나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로, 장애인 위기지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지요.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전화로 24시간 상담하거나 출동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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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희 팀장이 PPT자료를 보여주며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선우 사진기자

◆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사업이 5년째 운영되고 있는데요.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 2017년부터 5년간 약 100명의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장애인부모, 요양보호사, 활동지원사 등 위기대응 전문요원이 교육을 수료하고 활동을 지원했어요. 작년에는 약 121건의 서울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위기응급상황에 도움을 주었지요. 
먼저, △활동보조인 및 장애인 주돌봄자 사고 및 부재시 응급지원 △연휴기간 재가 장애인 1인 가정 돌봄지원 △장애인가족의 임종과 장례 때 지원 및 돌봄지원 △야간 발달장애인 도전적 행동 때 추가지원 △다문화가족 장애인 남편 또는 장애인 자녀 돌봄지원 △맞벌이부부 발달장애인 자녀 교통사고 후 입원지원 △엘리베이터 없는 주택 거주 지체장애인 병원 방문 때 이동지원 △주말 맞벌이부부 자폐아동 돌봄지원 △지체장애인 이용 휠체어 방전 및 고장의 경우 응급 이동지원 △119 연계한 야간 응급지원 등 장애인복지서비스 제공 기관에서 해줄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복지서비스 제공 기관의 운영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외에 주말과 야간, 명절과 같은 긴 연휴 기간에도 24시간 장애인 도움콜을 운영함으로써 운영시간이  제한되는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또한, 돌봄지원을 포함해 식사보조, 복약지도, 병원방문 지원 및 간병과 입퇴원 지원, 이동지원, 신변처리, 목욕, 휠체어 이동지원 등이 제공되었는데, 이중 이동지원과 병원동행지원이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 많은 장애인과 그 가족이 도움을 받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 이혼 후 30년째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워온 어머니가 전화로 저와 함께 장애 손자를 함께 키우며 웃고 울고 고생한 친정엄마의 임종과 장례 때 꼭 가고 싶은데, 도전적 행동이 심한 아들을 혼자 집에 둘 수 없다며 조심스럽게 아들의 돌봄을 부탁했어요. 장례식이 끝나는 날, 그 어머니는 전화로 친정엄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은 병원 주차장까지 아들과 함께 가서 차에 아들을 두고 5분 동안 뛰어가서 친정엄마 얼굴만 보고 오면서 너무 힘들고 서러웠는데, 24시간 장애인 도움콜을 통해서 병원방문과 장례식까지 무사히 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친정엄마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이 풀렸습니다라고 감사인사를 전해주셨어요.  
또 한번은 아내는 지체장애이고, 남편은 시각장애인인 장애인 부부의 병원동행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인데요, 이들은 매달 한 번 이상 병원진료와 약처방이 있었지만, 두 부부 모두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노령의 중증장애인이어서 함께 병원에 갈 수도 없었고, 또 혼자 병원에 가는 것도 불가능했어요. 병원에는 가더라도 진료 후 큰길을 건너 처방받은 약을 받으러 약국까지 갈 수 없어서 그냥 돌아오곤 했다고 해요. 24시간 도움콜 지원으로 부부가 모두 각자의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 처방도 받은 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죠.
최근에는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이용자인 어떤 장애인 분이 동대문구 구청장님께 이 서비스를 계속해서 운영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어요.  

동대문장애인복지관 동료 사회복지사와 함께. ⓒ 유선우 사진기자 

◆ 장애인들이 24시간 장애인 도움콜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청 방법과 절차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인 가족분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 010-4944-2463으로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돼요. 단, 문화 및 여가활동 동행이나 단순 생필품 구매요청 등은 도움을 드릴 수 없어요. 전화를 하면 다음 순서에 따라 서비스가 진행되지요.
먼저, 24시간 장애인 도움콜에 전화가 오면 서비스에 필요한 시간이나 도움을 요청한 분의 정보를 기록해요. 바로 접수 과정이지요. 그다음 24시간 도움콜 지원여부에 대한 논의 후 활동 동의를 받고 요원 단톡방에 지원활동에 참여할 요원 2명을 모집해요. 선정된 요원 2명은 개별 톡방을 개설하고 요청자의 자택이나 주요 활동지의 주소, 요청자의 이름과 장애유형, 요청자의 주의 안내사항과 현재 상황 등 자세한 정보를 받아요. 장애인 당사자의 자가용이나 장애인 콜택시,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여 가고자 하는 곳까지 함께 동행해 이동을 지원해요. 서비스가 끝나면 모니터링(도움콜 만족도 조사) 및 사후관리가 이루어져요.

◆ '위기대응 전문요원'이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들의 자격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 ‘위기대응 전문요원’은 위기응급 상황에 적극적인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각종 위기대응 관련 교육을 이수한 사회복지 요원이에요. 24시간 도움콜 서비스 요청 시 현장에 출동해 도움을 주는 위기지원 서비스 전문인이지요. 자격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 간호사, 활동지원사, 요양보호사, 장애 당사자 부모 라면 활동이 가능해요. 요원들은 활동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보수를 받고 24시간 도움콜 서비스 제공자로 활동하게 돼요. 사망, 화재 등 장애인의 중대한 응급상황에는 경찰, 소방관, 의사가 개입하는 반면, 상해, 긴급이동, 안전사고 같은 경미한 위기상황에는 ‘위기대응전문사회복지요원’’이 개입해서 도움을 줘요. 위기대응 전문요원 자격이 된다면 누구나 지원해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서명희 팀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선우 사진기자

◆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업무를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후원금만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나요?  

◇ 후원금의 대부분이 위기대응전문사회복지요원들의 활동비로 이루어져 있어요. 오히려 정부가 아닌 공동모금회 사업이어서 운영에 제약이 없는 편이에요. 따라서 어려운 점은 별로 없어요. 

◆ 앞으로 24시간 장애인 도움콜 사업의 계획은 무엇인지, 또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하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 정부나 지자체의 정식 사업이 되어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희망합니다. 현재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들에게만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지만, 사업이 전국으로 확장되면 온 나라의 모든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각 지역별 담당요원이 활동하게 되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처럼 각 지역별로 지원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 여러분,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도움콜로 연락 주세요.

 

* 현재 김민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 및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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