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 신부' 윤시윤·이호원, 그들이 말하는 영화와 삶
'조선 최초 신부' 윤시윤·이호원, 그들이 말하는 영화와 삶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2.12.13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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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피의 사제'와 '땀의 사제' 역할을 한 두 배우와의 만남
피의 사제 김대건 신부 역활을 소화 한 윤시윤 ⓒ 민영화사
피의 사제 김대건 신부 역할을 소화한 배우 윤시윤 ⓒ 민영화사

[휴먼에이드포스트] 조선 최초 모험가이자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탄생>의 주연 배우인 윤시윤과 이호원을 각각 만났다. 배우 윤시윤은 '피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역할을 맡았고, 배우 이호원은 '땀의 사제' 최양업 신부 역할을 연기했다. 

두 주연 배우에게 영화 <탄생>에 대한 이야기, 배우로서의 삶 등을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7일과 8일 이틀에 나눠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배우 이호원을 7일에 먼저 만났고 다음 날인 8일에 배우 윤시윤을 만났지만, 기사에서는 윤시윤의 인터뷰 내용을 먼저 소개한다. 아무래도 영화 <탄생>에서 최양업 신부보다 김대건 신부가 스토리를 끌고가는 인물이기에. 이어 배우 이호원의 일문일답을 담았고, 그리고 기사 뒷부분에는 두 배우에게 공통으로 질문한 내용으로 정리했다. 

 

우선, '피의 사제' 역할을 한 배우 윤시윤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드라마 <대군>에 이어 <녹두꽃>, 그리고 이번 영화 <탄생>까지 '사극'만 하면 떠오르는 배우예요. 사극 전문배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저를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극은 설렘도 있고, 예를 들어 핼러윈 파티를 할 때 예쁜 옷을 입으면 내가 꼭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이처럼 배우한테 있어서 사극은 판타지한 옷(한복)을 입혀주고 새로운 시공간을 초월해서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극을 좋아해요. 단, 수염을 붙이는 게 정말 힘들어요. (이)호원이는 수염을 기르면 멋있게 나오고 붙이는 게 재미있다고 하지만, 저는 기르면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서 부러워요.

◆ 영화 <탄생> 촬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다 힘들었어요(웃음). 그 중에 언어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영어도 못 하는데, 뜻 모를 외국어가 많이 나와서 힘들었어요. 심지어 라틴어는 고대에 사용하던 라틴어였고, 현재 라틴어 하시는 분들이 못 알아듣는 언어들이 있었는데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끝에 쉽게 할 수 있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암기력과 시간을 동원해서 할 수밖에 없었어요.

바티칸 등 모든 시사회가 끝나고 난 다음에 동료 배우들과 이탈리아 분들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이 '어떻게 외웠냐'고 물어보셨는데요, 말 그대로 뜻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제가 단어들을 외우고 그럴 시간이 없어요. 글자를 일단 보기 쉽게 색깔별로 단어마다 보라색, 빨간색, 노란색 등으로 표시해놔요. 같은 단어면 색깔도 글자 크기도 바꿔서 다르게 만들어 보며 이미지를 기억해내는 연습을 해요. 대사가 총 40장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외국어만 외우려면 보기 쉽게 만드는 거예요. 

 

◆ 배우 윤시윤만의 피부 관리 비결이 있다면?

◇ 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관리를 안 해서 촬영 관계자 분들이 알면 분노할 거예요. (웃음) 팬들도 관리하라고 챙겨주시는데... 저는 집 청소하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냥 클렌징 열심히 하고 아직까지는 유전적인 게 커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께서 한 번도 여드름이 나본 적도 없고, 피부 트러블 조차 본 적이 없어요. 저도 30대까지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싶었는데 이제부터는 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요즘부쩍 메이크업(화장)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하기 전과 후가 차이가 은근히 들고요. 옛날에는 '그냥 살짝만 발라놨는데 지금은 많이 비비네'라고 느끼고, '나 아직 20대처럼 보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다가 20대인 친구들이랑 팬들도 관리를 하라고 챙겨주고, (하지만 이제는) '누가 봐도 30대'라고 하더라고요.

 

◆ 요즘에 어떤 책을 읽어보시나요. 

◇  앞서 '김대건 신부랑 닮은 점이 뭐가 있냐?'라는 질문도 있었는데, 영화에서 보면 지도를 보면서 혼자 좋아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제가 그게 좀 똑같은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합스부르크(Haus Habsburg), 오스트리아 등 세계미술관, 박물관 전시 관련 책을 보는 게 좋아서 세계사 책과 네덜란드 미술책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공부하고 각 나라 미술관에 가 볼 계획이에요.

땀의 사제 '최양업' 신부 역활을 소화 한 이호원 ⓒ 민영화사
땀의 사제 최양업 신부 역할을 소화해 낸 배우 '이호원' ⓒ 민영화사

'땀의 사제' 역할을 한 배우 이호원에게 물었다. 

◆ 영화로써 첫 사극이에요. 첫 사극을 마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제가 뮤지컬 공연으로는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으로 사극을 한 번 해봤는데, 영화나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하게 되어 굉장히 좋았습니다. 평소에 스케줄이 없으면 수염을 길러보는 편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수염을 많이 붙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 평소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 스케줄이 없을 때는 사실 거의 항상 집에만 있거든요. 저희 집에 방이 두 개 였는데, 가운데 벽을 허물어서 연습실 겸 작업실을 만들어 놨어요. 한 면이 거울이고 음악 관련된 장비들을 놓고 아침에 일어나면 피아노 연습을 먼저 하고 영어,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잘하지는 않는데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e-BOOK 리더기(전자책 읽어주는 기계)가 있거든요.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해서 그 작가의 책을 거의 다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춤과 노래 연습하고, 곡 작업하고 영화 찾아보고, 그렇게 보내고 (식사는) 배달 음식 먹어요.

 

◆ 만약 영화 <탄생>에서처럼 가톨릭 신부로 10년 정도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할 수 있으신가요?

◇ 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신부가 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있어서 찾아봤었는데 정말 힘들겠더라고요. 새벽 한 4시 정도에 일어나서 미사 드리고, 공부도 엄청나게 많이 하고, 기숙학교에 있으면서 사회랑 단절이 많이 되고, 당연히 참아야 될 것들도 너무 많고, 항상 존경해야 하는 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신부님은 저는 못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은 배우 이호원과 윤시윤 두 배우에게 공통으로 했던 질문과 답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를 꼽을 수 있다면 무엇인가요?  

◇ 이호원 : 김대건(윤시윤)이 최양업(이호원)에게 성당 안에서 가족 누가 돌아가셨는지에 대해 얘기해 주면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있어요.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하나 더 있었는데, 편집이 되었어요. 바로 최양업 신부와 김대건 신부가 밤에 성당 옆을 걸으면서 천주교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어요. "영국 사람들은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아편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하면서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대사들이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었고 대사였는데, 분량이 너무 길어서 삭제가 된 장면이라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윤시윤 : 명장면이라 하면 김대건 신부가 고향인 조선에 어렵게 와서 어머니께 영세(세례)를 주고 미사를 집전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영화 <탄생> 답다는 생각이 들고, 김대건이라는 인물의 위대한 모험의 이야기가 아니라 200년 전에 살았던 초기 종교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대표하는 한 인물이자 청년의 뜻이지 않을까 싶어서 명장면이라 생각해요.

 

◆ 배우님은 종교가 있으신가요? 또 평소 가톨릭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이호원 : 저는 무교입니다. 종교적인 메시지보다는 계급사회가 이어지고 있는 조선시대, "인간은 평등하다"라고 얘기를 했던 사람들이 궁금했어요.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생각이었을까?'에 대해 궁금해서 이 작품을 하게 되었고, 그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 윤시윤 : 저는 기독교입니다. 기독교와는 예배의 의식과 순서가 조금 다를 뿐 기독교랑 천주교랑은 똑같은 크리스트교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유교 중심의 사회에서 근대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던 것들도 정말 큰 역할들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대한민국 초기의 그리스도교 크리스천들의 힘들이 정말 위대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심에는 천주교인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서양에서 온 종교를 맹신하다가 순교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최초로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꿈꾸고 바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 이번 바티칸 시사회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나셨을 때 어떠셨는지?

◇ 이호원 : 저는 사실 못 갔었거든요. 저는 두바이에 스케줄이 있어서 아쉽게도 가지 못했고, 개인적으로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교황님을 꼭 한번 만나뵙고 싶었는데 못 봬서 너무 아쉽고... 갔다온 배우분들 얘기를 들으니까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뵙고 싶어요.

◇ 윤시윤 :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인상은 유머 감각도 너무 좋으시고 진짜 동네 할아버지 같았어요. "옛날에 아르헨티나에서 있었을 때 상권이 전부 유대인 상권에 살았는데 유일하게 유대인을 몰아낸 게 한국인들이었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라고 농담섞인 말씀도 잘 하시고. 또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동양에서의 기적을 행한 김대건이라는 인물을 영화로 표현해 줘서 고맙다"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유일하게 성인(聖人 ; 종교에서 본보기가 되는 인물)으로써 할 수 있는 것이 조건이 있는데, 그중에서 기적이 있어야 해요. 유일하게 아시아에서 기적을 행함으로 인정을 받은 성인은 김대건 신부고, 지금 바티칸에 가보면 정말 압도적인 규모거든요. 거기에 영적 성인들 성 베드로부터 동상들이 쫙 있는데 맨 끝에 하나 비어있어요. 거기가 바로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세워질 자리라고 하더라고요. 모두들 영화에 대한 반응을 기대를 많이 하고 너무 좋아하세요. 

 

◆ 배우는 암기를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배우님만의 암기 비법이 있나요? 

◇ 이호원 : 저만의 방법은 외우려고 안 하고 이해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대본에 나오는 문장 전체는 정확하게 외우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해요. 어떤 말을 하고 싶고 목적이 뭐고 핵심 단어만 알면 되요.  

◇ 윤시윤 : 저는 외우고 잊어버리는 과정을 반복해요. 마치 우리가 쇠를 단련할 뜨거운 물이나 찬물에 많이 들어가서 단단해지듯이 빨리 잊어버리고 다시 외우는 게 장기적으로 기억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대충 외우고 잊어버리고 다시 외우는 과정들을 하고요. 그리고 처음으로 외우는 것들은 고통스러운데 다음부터는 복습이기 때문에 복습은 그 고통의 강도가 차츰 나아지므로 나중에는 그냥 체크만 할 수가 있게 돼요. 그래서 빨리 외우려면 그냥 미친 듯이 머릿속에 넣어버려요. 그때부터는 대본 보면서 계속 체크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시각화하는 작업을 더 신경을 썼어요. 왜냐하면 예전에 제가 1시간밖에 못 자고 외워야 되는 상황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극한의 상황에 외우는 암기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좀 많이 사용을 했어요. 그리고 청각화하기 저는 들은 정보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남아요. 그래서 외워지지 않는다면 하는 분이 옆에서 이야기로 들려주다보면 외워져요.

 

◆ 평소에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연습을 .하시나요?

◇ 이호원 : 저는 일단은 그 사람의 직업 대해서 조사를 많이 하고 상상보다는 예를 들어 경찰이면 실제 경찰관분들 만나서 인터뷰를 하거나 조사를 많이 해요 이번에도 신부 역할을 위해 성당에 다니면서 신부님, 수녀님들과 실제적으로 만나서 조사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번 영화 <탄생>을 예를 들면 16살부터 나오거든요. 근데 16살 이전에 태어났을 때부터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떤 유년기를 거쳤고 어떤 사춘기를 거쳤고 등등 이런 상황들을 혼자 상상하고 글로 써보면서 준비를 하는 편이에요. 거기에 에피소드를 하나 만든다거나 예를 들어 고집이 센 캐릭터면 이 캐릭터가 그냥 '태어났을 때부터 고집이 세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고집이 강해진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는 상상으로 시작해서 그냥 저 혼자 하나의 장면을 하나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아주 권위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난 아침 몇 시에 일어났는데 부모님이 일어나자마자 청소 안 했다고 혼냈다. 혼자서 장면을 하나 만들어서 디테일하게 성격이 계기들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 윤시윤 : 처음으로 무언가를 배우면 이미 늦었다고 하는 생각에 걱정하거나 포기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처음부터 잘 할 필요는 없어서 다양하게 배워놓는 것들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외국어 같은 경우에도 제가 일본에서 웹 드라마를 하나 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어를 하나도 못 했던 시절 대본 두 번 외웠을 때의 노하우가 생겨서 프랑스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경험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개인의 삶에 지켜지지 못하지만 매일 연기하는 사람으로써 '사람을 평가하거나 정답을 내리면서 살지 말자'는 다짐을 해요. 세상에 오답은 없고 잘못된 사람도 없기 때문에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상민이 형이 저를 보고 "어린 친구인데 가장 고지직 하다"고 말하는데, 인정하고 고쳐야 되는 부분 같아요. 제 스스로를 통제하는 삶을 살아와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데 배우한테는 정말 치명적이에요. (차)태현이 형은 되게 사람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도 많이 받고 주변 사람들이 힘들 때 태현이 형을 많이 찾아요. 이유는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누구를 평가하거나 자기의 잣대로 "이건 맞고 이건 틀리다 이건 이래야지"라는 게 없고, "그래, 너는 그렇구나"라면서 공감해줘요. 저라면 "왜 나한테 관심이 없어" 이런 말 한마디라도 할 수 있는 건데, 있는 그대로 받아서 인정해줘요. 연기에서의 모습을 보면 따뜻한 모습이 있어요. 진짜 배우로서 차태현 형처럼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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