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수평이동 하는 것, 향후 큰 족적이 될 것”
“조금씩 수평이동 하는 것, 향후 큰 족적이 될 것”
  • 신현희 기자
  • 승인 2020.06.0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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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고용공단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양해철 센터장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양해철 센터장 ⓒ 휴먼에이드포스트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양해철 센터장 ⓒ 휴먼에이드포스트

[휴먼에이드포스트] “이렇게 조금씩 수평이동 하다보면 언젠가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더 큰 공간이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들을 위한 고용 자체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훈련을 받던 경증 발달장애인이 취업을 하면, 그들이 있던 곳에서 다시 중증 발달장애인이 훈련을 받고…이렇게 아주 조금씩이라도 수평이동 하는 것이 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큰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이처럼 작은 변화가 결국 큰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양해철 센터장의 말이 인터뷰 내내 큰 울림이 되었다. 1994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첫 입사한 양 센터장은 26년여를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며 지냈다. 그 시간을 다 말하자면 몇 권의 책을 써도 모자란다. 하지만 양 센터장의 메시지는 위의 한 문단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과 유쾌한 웃음을 가진 양 센터장은 부산 첫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이끌며,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직업훈련과 체험으로 발달장애인 고용확대 기여

지난 2019년 말 개소한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부산광역시 교육청이 협력해 설립한 발달장애인 전문기관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직무적응과 직업체험을 하도록 구성된 이곳은 현재 부산 인근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10개의 직업체험관과 교육장이 마련되어 있다.
양 센터장은 “최근 발달장애인 취업의 화두는 취업률이 아니라 고용유지율입니다. 취업이 되더라도 그들이 낯선 환경이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직업훈련과 함께 취업 전 발달장애인들이 출퇴근이나 현장실습 등의 실무를 경험함으로써 취업현장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13개 발달장애훈련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곳 출신의 발달장애인들은 취업률이나 고용유지율이 좋은 편이다.

슬기로운 발달장애인 온라인수업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업과 훈련이 불가능해지자 발달장애인 온라인수업을 진행했다. ⓒ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제공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업과 훈련이 불가능해지자 발달장애인 온라인수업을 진행했다. ⓒ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제공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져 사상 초유의 발달장애인 온라인수업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곳 교사들은 “형이나 누나, 동생이 동시에 온라인수업을 해 자기들은 컴퓨터나 IT기기를 쓸 수 없다”는 발달장애인 학생들의 말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파 어떻게 하면 형제들에게 우선순위가 밀리지 않고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심했다.
그래서 실시간 온라인수업이 아니라 영상을 녹화해 USB에 담아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USB와 실습자료가 들어있는 키트를 일일이 학생들의 집으로 가서 전달했다. 다른 지방에 있는 학생들도 있어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다.
사랑과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 발달장애 학생들은 교사가 정성스럽게 보내준 자료로 열심히 수업을 하고 결과물을 보내왔다.
수업내용을 열심히 영상으로 찍어 USB에 담고, 실습할 자료를 챙겨 키트를 만들고, 직접 학생들의 집을 방문해 전달하고 멀리 있으면 택배로 보내고 다시 받고…교사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학생들은 대면수업 때보다 더 열심히 한다.
이렇게 조금씩 사회 속으로 스며들고, 직장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발달장애인훈련센터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다음은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양해철 센터장과의 인터뷰다.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무슨 교육을 하는지.

◇ 이곳에서는 취업을 희망하는 발달장애인이 직업훈련과 직업체험을 하는 곳입니다. 직업훈련은 개인별 특성에 따라 제조기술과 서비스 산업으로 나뉘어 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 외에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자기관리, 직장예절, 기초학습, 생활경제, 산업안전, 컴퓨터 활용 등을 공통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업체험은 발달장애인들이 취업해서 실제 현장에서 하는 일에 대해 다양한 체험을 해보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지금은 10개 기업의 체험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직업체험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직업체험관은 지역내 구인 동향 및 발달장애인들의 최근 취업현황을 분석해 구성했고, 현재 지역내 기업 10개의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식품생산보조를 체험하는 BGF푸드, 대형매장에서의 보조업무 수행을 하는 롯데마트, 세탁물 분류정리 및 요양보조를 체험하는 동아대병원, 항공기 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에어부산, 제품 진열판매 및 고객응대를 하는 삼진어묵, 사서보조와 사무행정보조를 하는 부산광역시 교육청, 인쇄물 제작과정 및 보조를 하는 동아위드, 컴퓨터 활용이나 코딩 무인기(드론)체험을 할 수 있는 KT, 의류정리나 포장, 청소 등을 하는 스파오, 바리스타 및 식음료매장관리를 하는 스타벅스 등 다양한 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10개의 체험관이 있습니다.
1개 체험관별 5명 내외로 구성되어 체험할 수 있고, 이러한 실습을 거친 발달장애인들은 실무에 투입되었을 때 훨씬 적응력이 빠릅니다. 반복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 훈련센터의 계획은 무엇인지.

◇훈련센터를 개소한 첫 해인데다 코로나19로 상반기에는 거의 운영을 못하다시피 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참여대상자가 훨씬 많이 몰릴 것이라 예상되어, 이에 맞춰 참여대상자에게 고루 교육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직업훈련은 경증 발달장애인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있어 이제부터 중증 발달장애인도 트레이닝 시킬 계획입니다.

 

◆참여하는 교육생이나 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장애인고용공단에 첫 발을 들인 것이 1994년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던 시절이었고, 장애인의 인식개선에 대해 생각지 않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인식이 달라지고, 제도가 개선될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 노력하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활동보조인제도가 엄청 활성화되고 있어 집에만 있던 장애인도 사회활동이 가능해졌고 그들의 욕구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부모님들도 장애인 자녀를 사회로, 밖으로 내보내서 세상과 부딪혀 이겨내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실수를 반복하고 힘들고 아프더라도, 그 시간만큼 사회에 적응하고 성장할 것입니다.
훈련센터나 기관을 믿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조금 더디더라도 발달장애학생들과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현재 10개의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다. ⓒ 휴먼에이드포스트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현재 10개의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다. ⓒ 휴먼에이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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