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지금까지 이런 밴드는 없었다"
[기자가 만난 사람] "지금까지 이런 밴드는 없었다"
  • 유태호 객원기자
  • 승인 2021.01.0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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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필재 밴드 강사에게 들어보는 두드림 밴드의 탄생과 음악활동 이야기
특별한 악보로 음악을 즐기고 있는 모습 ⓒ 두드림 밴드 제공
특별한 악보로 음악을 즐기고 있는 모습. ⓒ 두드림 밴드 제공

[휴먼에이드포스트] 저는 노래 부르기와 음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연히 장애인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인 '두드림 밴드'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 밴드에서 천필재 밴드 강사님을 만났습니다. 저는 천필재 선생님께서 밴드 구성원들이 연주 중에 박자를 놓치거나 실수를 해도 칭찬하고 격려해 주시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밴드를 운영하는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뷰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SNS(카카오톡)를 사용했습니다.

두드림 밴드를 이끌고 있는 천필재 선생님 ⓒ 두드림 밴드 제공
두드림 밴드를 이끌고 있는 천필재 선생님. ⓒ 두드림 밴드 제공

현재 장애인 밴드 '두드림 밴드' 강사를 하고 계신데,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현재 저는 작곡가 겸 '사운드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곡가는 말 그대로 음악을 만드는 직업이고, 영상 음악이나 무대음악, 미디어아트, 미디어파사드 등 미술 분야의 음악까지 폭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운드디자이너는 소리를 창작하는 직업입니다. 스타워즈의 광선검은 지구상에는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 소리를 영화를 통해 알고 있어요. 그 영화에 나오는 광선검 소리는 사운드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입니다. 위의 모든 활동을 하는 사람을 '사운드 디렉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떻게 두드림 밴드를 만들게 되었나요?
 우연히 음악을 배우고 싶어하는 장애인 분을 소개받고 한 번 만났습니다. 이분은 뇌병변으로 인해 양손과 두 발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여서, 이분께 음악을 가르쳐 드리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속에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 소프트웨어를 교육용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음악이나 사운드 분야에 나와 있는 좋은 기술을, 신체적으로 쉽게 음악을 접하기 힘든 분들을 위해 활용해보고 싶었습니다. 이후 같이 활동할 선생님들을 구성하여 교육 방향, 교재 등 아이디어를 완성했고, 감사하게도 이음 교육사업 지원사업에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이번 연도에 첫 시범 교육이 시작된 것입니다.

'두드림 밴드'는 장애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밴드인데, 장애인들이 하는 밴드와 비장애인들이 하는 밴드는 무엇이 다른가요?
 비장애인의 밴드도 처음에 시작하면 아무리 실력이 있더라도 서로의 연주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여서 조화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력보다는 상대의 연주를 듣고 이를 배려해 내 연주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차이가 크지 않다고 느낍니다. 다만 대부분의 악기가 비장애인을 위한 악기인 것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인을 위한 악기가 대부분이라고 하셨는데, 밴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다양한 기기나 악기를 사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태블릿 pc를 이용하시는 분도 있고, 기존에 있던 악기를 수정해서 맞춤으로 제작한 악기를 사용하실 때도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네, 말씀하신 대로 저희는 크게 터치형 태블릿 PC와 저희가 개발한 악기를 쓰고 있습니다. 모두 소리를 내기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개발 악기의 경우 신체적 제약이 많으신 교육생 한 명 한 명에게 맞춘 악기라는 것입니다.

악기를 수정해서 맞춤 제작을 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시나요?
 먼저, 한 분 한 분 유심히 살펴보며 어느 동작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판단했습니다. 그에 따라 가장 움직이기 편하고 쉬운 악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동료 작가들이 개발과정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기존 악보와 조금 다른 악보를 쓰는 것 같은데, 어떤 악보를 사용하나요?
 이 활동을 하며 제가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이 바로 악보입니다. 기존의 악보는 오선에 12음을 활용한 악보이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피아노의 경우는 88개의 건반이 존재합니다. 보통 양손과 열손가락을 사용해 피아노를 연주하지만, 손이 불편한 분이 피아노를 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곡가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쉬운 곡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3~4개의 음을 가지고 예술적인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양손이 불편하면 발로 칠 수 있는 건반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88개의 건반이 너무 많으면 두 개짜리 건반을 만들고 거기에 맞는 곡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작곡가라는 직업을 오래 하다 보니 다행히 고민했던 점들을 직접 바꿀 수 있었고, 연주하기 쉽고 예술적이기도 한 곡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곡을 악보로 표기하려면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디제이 등 전자음악 활동을 하시는 김민주 선생님과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윤수정 선생님이 저와 함께 고민해 주셨습니다. 저희 악보는 색깔과 번호, 방향기호 등을 이용해 간단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게 제작되었지만 두드림 밴드의 멋진 창작곡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드림 밴드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장애인 음악교육이 마치 유아 단계의 음악교육처럼 너무 초보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음을 느꼈습니다.

현재 진행하시는 두드림 음악 교육이 기존 장애인 음악 교육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기존의 장애인 음악교육은 주로 음악을 배우기 위한 학습 목적인 것이 아쉬웠습니다. 반면 제가 진행하는 음악교육은 교육이라기보다, 기존에 나와 있는 음악 기술을 활용해서 우리가 즐겨듣는 음악을 즐기기 위한 활동입니다. 음악에 관련된 기술이 발전하면서, 악기를 연습하는 등의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IT 기술 등을 활용해서 쉽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른 시각을 가지고 활용하면, 교육이라는 범위에서 확장된 ‘즐기는 음악’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두드림 밴드가 더 활성화 된다면 어떻게 운영하고 싶으신지.
 이번 시범사업이 좋은 결과와 격려를 받는다면 이후에는 교육 범위를 확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 되기를 원합니다. 이후에는 공연을 위한 팀을 결성할 예정이고 예술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늘릴 생각입니다. 재능 있는 장애인 분들이 참 많습니다. 가사를 잘 쓰는 분, 작곡을 하는 분, 노래를 하는 분 등 여러 형태의 활동이 밴드와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가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발로 작곡을 하고 있는 나 ⓒ 본인 제공
발로 작곡을 하고 있는 나. ⓒ 필자 제공

함께 밴드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음악이 몸에 익어 자연스러워지려면 어차피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넘어야 할 연습의 고통과 창작의 어려움이 오는 시기가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고이 간직하여 힘든 고비를 넘겨야 비로소 음악의 즐거움이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이를 잘 견뎌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이 즐거워야 합니다. 즐겁게 연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넘어야 할 연습의 고통과 창작의 어려움이 오는 시기'를 어떻게 넘기셨나요?
 음악을 취미로 즐기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음반을 만들거나 공연 준비할 때, 좋은 연주와 결과를 위해 결국 연습이라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지루하거나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말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 작업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작업이 진행이 잘 안 되거나 힘들 때 평소 접하지 못하는 다른 예술 분야의 작품을 많이 접합니다. 박물관을 가거나 미술관을 방문해서 세상을 저마다 개성있게 표현하는 예술가들의 표현을 봅니다. 그러면 음악적인 영감도 생기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도 생기곤 합니다. 이것이 제가 다른 예술가와의 협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음악의 즐거움이란 무엇인가요?
 함께 하는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다른 목표와 생각을 가지고 이 사회를 살지만, 모두 조화롭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음악은 그 조화를 소리로 표현하는 예술이고 이를 하모니라고 이야기합니다. 혼자 연습을 하더라도 하나의 음과 다른 음이 따로 날 때, 함께 날 때의 음의 조화를 관찰한다면 이 또한 재미있게 음악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다른 악기를 가지고 하나의 작품을 함께 표현한다는 것은 음악이 주는 가장 즐거운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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