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성실하고 긍정적인 사나이, 발달장애인 청소 근로자 최선씨
[기자가 만난 사람] 성실하고 긍정적인 사나이, 발달장애인 청소 근로자 최선씨
  • 남하경 기자
  • 승인 2021.06.18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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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광진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보물같은 존재예요"

 

최선 씨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름처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6월15일, 성동광진특수교육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찾아 동료 직원들이 인정하는 성실함을 가진 발달장애인 근로자 최선 씨를 만났어요.

최선 씨는 올해 48살의 적지 않은 나이와 장애를 갖고 있지만,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름처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요.

이날 난생 처음으로 해보는 인터뷰 자리여서인지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점점 긴장을 풀고 편안하고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었어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최선 씨는 "평소에 일이 끝나고 퇴근해서 집에 가면 '내 나이가 어때서'나 '테스형' 등 트로트를 즐겨 듣고 부른다"라며 일을 하지 않을 때의 일상에 대해서도 스스럼 없이 얘기했어요.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시를 쓴다고 하는데, '시야 놀자'라는 시 수업을 접하면서 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해요.

인터뷰에는 초등교육지원과 민수진 팀장(맨왼쪽)과 교육공무직원 권수경 씨(맨오른쪽)가 자리를 함께했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이날 인터뷰에는 센터의 초등교육지원과 민수진 팀장과 초등교육지원과 교육공무직원 권수경 씨가 자리를 함께해서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어요.

권수경 씨는 "최선 씨는 무단 결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원래 출근하는 시간보다 일찍 와서 항상 여러 가지 일을 세심히 도와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특히 "비장애인 직원들에게 형님이자 오빠 같은 존재"라며 "많지 않은 월급으로 직원들에게 간식도 자주 챙겨주면서 잘 대해준다"고 귀띔했어요.

또, 민수진 팀장은 "최선 씨가 일할 때 힘든 부분을 잘 표현하지 않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최선 씨에게 "앞으로 도움을 요청할 일이 생기면 부담없이 적극적으로 말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요.

다음은 최선 씨와 나눈 인터뷰 내용입니다.

◆ 서울성동광진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 저는 센터 안에서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계단, 화장실, 복도 등을 깨끗하게 쓸고 닦습니다. 그리고 저는 2012년부터 성동장애인복지관을 다니다가 복지관에서 소개를 받아서 희망 일자리로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일한 지는 7년 되었습니다.

◆ 청소하고 정리하는 업무는 어디서 어떻게 배우셨나요?
◇ 저는 이 일을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사실 부모님이 과거에 식당을 잠시 하셨는데, 그때 일을 도와드렸던 적이 있고 집안일도 제가 스스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 일할 때 어떤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나요?
◇ 청소와 정리 업무를 하는 사람이 저 혼자라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도움이 필요한데 그걸 표현하기가 어색하고 많이 쑥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는 힘든 점이 거의 없습니다.

◆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였나요?
◇ 저는 늘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이곳에 계신 분들이 제가 청소하거나 정리하고 나면 깨끗해져서 기분이 좋다고 칭찬해주시면 그때 저도 보람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발달장애인 근로자 최선 씨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 의사소통이 잘 안 될 때는 어떻게 하세요?
◇ 저는 의사소통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센터에 있는 모든 분들이 저를 잘 챙겨주시고 말을 잘 들어주시거든요.

◆ 퇴근 후 집에 가면 어떻게 지내세요?
◇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데, 동생 부부도 가끔 집에 오거든요. 그때 어린 조카들을 돌보기도 해요.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나 나훈아의 '테스형' 같은 트로트도 자주 들어요.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부모님과 함께 해물탕을 파는 음식점을 차리고 싶습니다.

◆ 같은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나 이런 일을 하게 될 후배 근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 저처럼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일하면 앞으로 더 오래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민수진 팀장, 최선 씨, 기자, 권수경 선생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보고 있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인터뷰를 마치고 센터를 둘러보는 중에 마침 상담실 도어록(잠금장치)이 고장났는지 문이 열리지 않자, 바로 최선 씨가 등장해 맥가이버처럼 문을 고치는 장면을 보게 되었어요. "최선 씨가 안 계시면 우리 센터가 안 돌아가요"라는 권수경 선생님의 말이 실감났어요.

앞으로 최선 씨처럼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열심히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현재 남하경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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