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할렘서 펼쳐지는 두 형제의 복수와 사랑
뉴욕 할렘서 펼쳐지는 두 형제의 복수와 사랑
  • 송창진기자
  • 승인 2023.07.10 1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연 감상] 국립오페라단,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국립오페라단,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 송창진 기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국립오페라단,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 송창진 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를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람했다. 국립 오페라단은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일 트로바토레〉를 무대에 올렸다.

〈일 트로바토레〉는 〈라 트라비아타 (춘희)〉, 〈리골레토〉와 함께 베르디의 '3대 오페라'로 불린다. 원작은 스페인의 시인 안토니오 가르시아 구티에레스의 희곡 〈엘 트로 바도루〉를 바탕으로 캄마라노와 바르다레가 대본을 쓰고 베르디가 음악을 맡았다. 초연은 1853년 로마의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중세 음유시인'이라는 뜻의 〈일 트로바토레〉는 작품 속 만리코를 가리킨다. 집시여인 아주체나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귀족에게 복수하려다 실수로 아들을 죽이고 만다. 그는 제대로 된 복수를 꿈꾸며 귀족의 둘째 아들을 납치한 뒤 만리코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아들처럼 키운다.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만리코는 자신의 친형 루나 백작과 레오노라는 여자를 두고 경쟁하게 되면서 복수와 사랑으로 뒤얽히게 되는 작품이다.

국립 오페라단은 〈일 트로바토레〉를 새롭게 해석했다. 지난해 〈아틸라〉를 연출한 연출가 잔 카를로 델 모나코는 〈일 트로바토레〉를 15세기 초의 스페인 배경을 범죄조직에 의해 점령된 현대 미국 뉴욕의 할렘으로 옮겨왔다. 새롭게 해석한 〈일 트로바토레〉에서는 범죄와 내전으로 가득 찬 도시 뉴욕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새롭게 구성하여 주인공 만리코의 집시 군단과 집시를 괴롭힌 병사들을 뉴욕 할렘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을 괴롭히는 백인우월주의 집단으로 재해석했다.

〈일 트로바토레〉에서는 주인공 만리코가 이끄는 집시 군단을 뉴욕으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의 집단으로, 루나 백작이끈 병사들은 이민자를 괴롭히는 백인우월주의 집단으로 그려졌는데 두 집단의 대립과 분열을 통해 뉴욕의 할렘에서 벌어진 인종차별과 폭력 등 오늘날의 사회문제를 반영하여 보여주었다.

〈일 트로바토레〉는 전 4막의 오페라 내내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바리톤의 4명 주역가수에게 엄청난 에너지와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품으로 벨 칸토의 절정을 이루는 아리아와 중창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작품이다.

〈일 트로바토레〉의 무대 연출이 어둡지만, 그래도 주인공 만리코와 만리코를 사랑한 여인 레오노라의 사랑이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국립오페라단,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커튼콜. ⓒ 송창진기자
국립오페라단,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커튼콜. ⓒ 송창진기자

이번 공연에서 지휘를 맡게 된 '게오르그 솔티 지휘 콩쿠르'에 우승한 지휘자 레오나르도 시니와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그리고 국립합창단과 위너 오페라합창단이 총동원돼 집시들이 일하는 모습을 노래한 '대장간의 합창'을 흥겹게 합창하는 장면은 최고였다.

또한 만리코역의 테너 성악가 국윤종이 부른 아리아 '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는 테너의 폭발적인 높은 음을 맛볼 수 있는 멋진 곡이었다.

국립오페라단은 올가을에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에 이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나부코〉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현재 송창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