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힘으로 고난 극복... 탐정물 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자신의 힘으로 고난 극복... 탐정물 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3.09.0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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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배리어프리 영화를 기획· 제작한 감독 김남석
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제작한 김남석 감독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제공
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제작한 김남석 감독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제공

[휴먼에이드포스트] 김남석 감독이 제작한 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는 제17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다름 안에서' 섹션의 청소년 단편영화로 배리어 프리로 상영했다.

배리어 프리란 영화 내용의 이해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음성으로 화면을 설명해 주는 '화면 해설'과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을 넣은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 2022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23회 가치 봄 영화제에서 '인권상'과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 시선상'을 수상했다. 두 상은 장애와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다룬 영화 또는 장애인을 주요 등장인물로 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제작된 영화에 주어졌다.

김남석 감독은 단편 <호루라기>, <마음 울적한 날에>, <미귀가> 연출했으며 다음은 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주인공이 시각과 청각 장애인이고 탐정물이란 소재도 독특합니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 대학에서 영상영화전공을 했습니다. 당시 실습실이나 교육과정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커뮤니티 ‘예술대 학생 네트워크’에서 활동했어요, 졸업 후 친구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배리어 프리영화를 만들자는 기획을 하게 됐고 단편영화 제작 경험을 살려 재밌는 영화인데 거기에 추리 요소를 담은 탐정물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 시나리오 작업부터 영화 완성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 장애인의 삶을 모르기 때문에 경증 시·청각장애인 캐릭터 하얀과 우현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 후 시·청각장애인 협회에 각각 방문하여 장애인 비장애인 협회 직원분들에게 피드백도 받고 장애인들이 평소에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나 오해 사례들을 시나리오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감독과 배우들 간의 호흡이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습니까?

◇ 손수현 배우(우현 역)는 시각장애인 협회에 저와 함께 방문하여 시각장애 체험 프로그램을 참여해 보고 아이디어가 생각나시는 것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해서 의견 제시도 했습니다.

이영지 배우(하얀 역)는 청각장애인 발음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발음을 녹음해서 저에게 보내주시면 제가 장애인 친구에게 전달하여 피드백 받고 다시 배우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연습했습니다. 이렇게 촬영하기 전에 배우분들과 함께 준비하면서 호흡을 만들어 갔습니다.

◆ 감독으로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 후반제작이 생각보다 어려웠을 때입니다. 단순히 자막과 내레이션만 넣으면 되는 것이 아님을 후반제작을 하면서 느꼈습니다. 시나리오 때부터 음성해설을 염두에 두고 대사와 인물 동선을 만들었는데 막상 화면 해설 때 모든 것을 표현하려다 보니 오디오가 쉴 틈 없었습니다.

특히 성우 녹음을 하기 전에 제가 작업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배리어 프리 위원회에 사정을 말하고 영화를 보여드렸습니다. 오디오가 너무 많아서 시각장애인분들이 관람하시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난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막은 노래, 효과음, 현장음 등을 선별해서 표현해야 하는데 어떤 것들을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하는지 판단이 잘 안됐고, 화면에 자막이 들어갈 부분을 촬영할 때부터 비워두긴 했지만 화면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이번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 상영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상영된 뒤 배리어 프리 영화를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를 통해 처음 접했다는 관객의 소감을 듣고 행복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배리어 프리 영화를 상영하고 알리자는 제작 취지가 달성됐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린이, 청소년 관객을 만나기 힘든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기쁘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즐거움과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에 대해 관객들과 즐겁게 대화할 수 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김남석 감독은 사회 활동하는 장애인들에게 "건강하고 즐거운 일들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응원의 한 마디를 남겼다. 그리고 대학시절부터 촬영했던 청소, 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는 판타지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총 21분으로 구성된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는 작품의 의도와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좋았다는 평가와 소수자의 입장을 사랑스럽게 서술한 놀라운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앞으로 감독의 다음 작품에 응원을 보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 현재 김민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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