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하고 연기하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행복"
"낭독하고 연기하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행복"
  • 김예준 객원기자
  • 승인 2023.11.01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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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성우 입문서 작가·유튜버·성우 지망생들 응원하는 안소연 성우
성우 입문서 작가와 유튜버를 하는 안소연 성우 ⓒ 휴먼에이드포스트
성우 입문서 작가와 유튜버를 하는 안소연 성우 ⓒ 김예준 객원기자

[휴먼에이드 포스트] 유튜브 채널 안쟈비(성우 안소연의 잡다한 이야기)와 입문서 ‘안소연의 성우되는 법’ 그리고 MC관련 ‘안소연의 MC되는 법’을 출간하고 블리자드 게임 <오버워치>의 에코역을 연기한 안소연 성우를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 성우가 된 계기와 계기를 준 작품이 있나요?

◇ 네 대개 성우가 된 사람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거나 무언가를 소리로 낭독하는 걸 좋아한다거나 한데 저도 그랬어요.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성우인지 알고 좋아하는 성우가 주인공을 해야 그 작품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직업으로 성우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부모님이 엄해서 공부하라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대학 때 연극반 활동을 우연히 하게 되었는데... 와,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게 있네! 했었죠. 근데 제가 몸이 좀 약해서 직접 무대에서 연기하기보다는 성우라는 분야로 가면 좋겠다, 싶었어요. 다행이 한 번에 붙어서 대학 졸업반 때 KBS에 성우로 입사를 했는데 와아~ 제가 어릴 때 동경하던 꿈의 목소리들이 막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거예요. 그분들과 동료로서 같이 일하게 되어 정말 좋았어요.

◆ 무명성우 시절에 힘들었던 점과 보람은 무엇인가요?

◇ 성우는 사실 다 무명이라고 봐야죠. 저희는 연예인 노조에 가입이 되어있고 직업 분류상 연예인이 맞지만 그래도 대개는 별로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안잖아요. 소수의 TV에 나오는 스타 성우도 있긴하지만요. 배한성 선생님, 저희 연배의 안지환 성우처럼요. 저는 특별히 유명했던 적은 없지만 성우로 합격한 다음은 늘 기쁘고 좋았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안소연 성우와의 기념촬영 ⓒ 휴먼에이드포스트
안소연 성우와의 기념촬영 ⓒ 김예준 객원기자

◆ 책을 쓰셨는데 쓰면서 힘든 점과 보람된 점은 있습니까?

◇ 음... 제가 쓴 책이 20년이 넘게 흘러서 아직까지도 꾸준히 인쇄되고 있어요. 최초의 성우입문서여서 많은 지망생들이 읽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많은 후배들이 선배님 책을 읽고 큰 도움이 되었어요. 라고 말해주거든요. 그럴 때 뿌듯하죠. 꼭 합격하지 못해도 저랑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을 저는 좋아해요. 성우 지망생이라고 말하면 바로 친동생 같고 조카 같고 가족 같아요. 그런 분들께 제가 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게 기뻐요. 사실 책을 쓴 이유가 (요즘에는 대학에 성우학과라는 과에 생겼지만) 성우가 되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공부할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였어요. 끽해야 방송국 아카데미가 전부인데 터무니없이 수업료가 비쌌고, 또 서울에만 있었죠.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 지방학생들은 공부하고 싶어도 배울 수가 없었고 그 점이 안타까웠어요.

◆ 유튜버로서 보람된 점과 힘든 점

◇ 제가 유튜브 채널을 2개 갖고 있어요. 보람된 점은 선플 읽을 때죠. 그러니까 칭찬해주시고 제 영상을 통해서 치유가 되었다, 또는 즐거웠다. 너랑 같은 생각이다. 니 말이 맞다... 이렇게 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좋아요. 물론 유튜브에서 수익이 나오면 저도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수익보다. 진심어린 마음이 담긴 댓글 하나가 정말로 절 행복하게 해요. 악플은 또 그만큼 저를 아프게 하구요.

기념싸인을 해주시는 안소연 성우 ⓒ 김예준 객원기자
기념싸인을 해주시는 안소연 성우 ⓒ 김예준 객원기자

◆ 현재 성우로서 바라보는 우리 성우 업계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요?

◇ 사실 기자님께서 이 질문을 하셔서 놀랐습니다. 이 질문은 우리 성우업계를 자세히 알지 않고는 나오기 어려운 질문이거든요. 일단 최근 공중파 방송은 힘을 많이 잃었어요. 더빙할 여력이 없는 군소 채널도 많아지고... 오래도록 성우들의 주업무였던 더빙 시장이 많이 좁아진 게 사실이죠.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똑똑해서 문해력이 높다 보니까 더빙을 더 싫어해요. 다들 원어를 들으면서 자막으로 보고 싶어하죠. 해외에선 이런 나라가 별로 없어요. 미국도 더빙 당연하게 생각하고 프랑스, 중국 등은 아예 법으로 정해두었죠. 외국 영상을 상영할 땐 자국어로 더빙하는 것을요.

그런데 우린 공영방송인 KBS, EBS조차 외국영화나 시리즈물의 더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우리 성우들의 일자리가 많이 줄었죠.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하는 이유는... 미디어 환경은 계속 변해가잖아요. 또 다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새로운 매체가 나타날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TV가 나오기 전, 라디오만 있던 시절은 성우들의 전성기였죠. 그때 당시 라디오 드라마에서 배우를 하셨던 분들이 지금은 유명한 원로배우로 계세요. 김영옥, 나문희, 이순재... 많아요. 근데 이 라디오 드라마가 없어졌어도 (아직도 KBS라디오에선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합니다만) 영화 더빙시장과 만화 더빙시장이 나와 성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죠. 지금은 또 다양한 ott, 그 외에도 수많은 미디어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제가 요즘 작업하고 있는 <버블탭>이라는 매체가 있어요. 이 매체는 소설이 자막과 그림의 형태로 카톡 보듯이 흘러가는데요. 요즘은 저희 성우들과 함께 거기 올라와 있는 소설들에 목소리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일종의 신개념 오디오 드라마죠. 음... 얼마 전 헐리우드 작가,배우 조합이 파업하는 일이 있었어요. (아직도 일부는 진행중이죠) 파업이 일어난 이유는 작가들의 작품과 배우들의 연기를 AI(인공지능)가 마음대로 활용해서 새로운 창작을 하기 때문인데... 이런 류의 저작권 문제가 우리나라 배우, 작가는 물론 성우들에게도 똑같이 곧 현실로 닥칠 거예요. AI를 소유한 거대자본과의 싸움에 지혜롭게 대비하기만 한다면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 성우와 성우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나요?

◇ 동료 성우들에게는 “같이 즐겁게 일하자!” 성우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성우시험은 워낙 적은 인원을 뽑아요. 제가 처음 책을 내던 2003년 성우협회에 공식 등록된 성우가, 그것도 50년 누적 성우 수가 600명 안팎이었어요. 그건 당시 한 해 사법고시 합격자수 만큼도 안 되었죠. 20년이 흘렀는데 지금도 천 명이 채 안 되요. 1년에 많이 뽑아야 모든 방송사 통틀어 10~20명 뽑는 게 전부니 실력이 넘쳐도 떨어지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근데 성우 지망생들은 불합격은 곧 실력 미달이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자기 탓을 하며 괴로워해요. 근데요, 아니에요! 합격할 만큼 충분히 실력이 되어도 이 시험은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되는 시험이에요.

저는 하늘문이 열려야한다고 가끔 말하거든요. 근데 정말 그래요. 그러니 최종까지 가서 떨어지는 분들은 절대 자책하지 마셔야해요. 자신이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순간 이런 쪽은, (그림이나 음악도 마찬가지죠.) 예술하는 사람들은 자신감을 잃으면 실력이 떨어져요. 잘 할 수 있는데도 갑자기 실력이 줄고 그런다구요. 전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또, 무엇보다도 방송국에 꼭 합격해야 꿈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제가 사실 유튜브 하는 것도 제 나이가 되면 성우 일이 많이 줄어요. 일 하고 싶은 만큼 일이 들어오는 일이 별로 없죠. 당연히 수입도 줄고요. 저희 성우들은 특별한 예외를 빼면 연차가 오래되면 출연료가 올라가요. 그러니 더 잘 안 불러요, 나이 많은 것도 불편한데 출연료까지 비싸니까요. 그렇다고 나 혼자 일 많이 하자고 출연료를 깎으면? 그럼 후배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죠. 그리고 나중에 후배들이 선배 되어도 또 싼값에 일하는 악순환이 돼요. 그러니 몸값 깎지 않고 깔끔하게 남는 많은 시간에 유튜브 하는 거예요. 유튜브를 하다보면 성우 일과 비슷한 게 많아요. 결국 목소리로 컨텐츠 만드니까요. 그러다 보면 낭독도 하고 연기도 하게 되는데 그런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아직은 그리 많지 않지만 수익도 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행복해요. 지망생분들도 저처럼 어떤 매체에서건 좋아하는 일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그 무엇보다도 좋은 공부고, 또 새로운 문이 열릴지도 모르니까요.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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